– 코로나19에 따른 대중교통 기피로 퍼스널 모빌리티 수요 증가 –

– 편리성과 쾌적함을 동시에 갖춘 소형 저속 차량에 주목 –

– 360도 헬멧, 입는 에어백 등 안전한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을 위한 아이템 급부상 –

최근 일본에서는 오토바이 붐이 다시 일고 있다. 2021년 1~6월 국내 출하대수(배기량 50cc 이하인 원동기 자전거는 제외)는 전년대비 +30.1%인 12만 4,590대로, 상반기 실적으론 13년 만에 10만대를 넘겼다. 이러한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연간 출하대수는 24만대로 1998년 이래 23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1990년대 초반에는 연간 40만 대 수준이었으나, 출산율 저하와 거듭된 배기가스 규제강화 등을 배경으로 2009년엔 약 12만 5,000대 수준까지 축소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장년층 리턴 라이더*의 증가, 오토바이를 테마로 한 애니메이션 등을 계기로 입문하는 청년층 및 여성층에 힘입어 수요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타인과의 밀접 접촉을 피할 수 있는 레저 및 이동수단으로써 오토바이의 인기에 불이 붙은 양상이다.

*청년기 때 오토바이를 탔으나 이후 이탈한 이용 인구 중에서 중장년이 되어선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생겨 다시 오토바이를 구입하게 된 사용자층.

3년 연속 판매대수 1위를 기록한 REBEL 250(좌)과 가와사키 Z900RS(우)

꾸준한 인기를 누리던 모델로 코로나19 영향(반도체 및 컨테이너 부족)까지 겹치며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원작 소설 및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슈퍼 커브>(좌)

제목으로 사용된 <슈퍼 커브>(우)는 세계 누적생산 1억 대를 돌파한 혼다의 대표 모델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자전거 시장도 호황이다. 일본의 대형 리서치 회사인 제국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2020년도 자전거 판매시장(사업자 매출 베이스. 예상치)은 2,100억 엔대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자전거 출하수량은 약 162만 6천 대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출하금액(771억 5백만 엔)은 전년대비 40억 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자전거의 고급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자전거 시장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스포츠 타입 자전거와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다. 특히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는 5년 전과 비교하면 판매대수가 50% 이상 증가하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타인과의 밀접 접촉을 피하면서도 생활반경을 넓히고 싶은 고객 수요의 증가가 매출 성장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타입인 파나소닉 XU1(좌)과 접을 수 있는 타입의 세련된 데이토나 DE01(우)

고령자용 및 자녀(유아)수송용 전동 자전거가 기존에 주류였다면, 스포츠, 통근/통학, 접이식 등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최초로 공공 도로상의 셰어링 서비스로써 2021년 4월부터 전동 킥보드, 9월부터는 접이식 전동 바이크의 실증시험이 시작됐다. 전동 킥보드 셰어링 서비스 특례조치 적용을 받은 대표적인 기업은 일본 최초의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 ‘Luup’다. Luup사의 오카이 다이키(28) 사장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대한 니즈가 사회적으로 상당 수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사실이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MAKUAKE의 역대 펀딩 금액 상위 50위 안에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제품이 6건이나(1위는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로 펀딩 총액은 6억 2,365만 엔) 된다는 점에서도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일본시장의 수요와 인기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기 급상승 중인 전동 킥보드 등 차세대 퍼스널 모빌리티

시부야에서 진행되는 전동 킥보드 셰어링 서비스 실증시험(좌)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5억 엔의 자금을 확보한 전동 킥보드 제품(우)

한편 일본 도로교통법상으로는 차량을 자동차, 원동기 바이크, 경차량 등으로만 분류하고 있어 차세대 퍼스널 모빌리티는 현재로서 법률상의 위치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기존 교통법규로는 그 성능 및 편리성을 살리지 못하는 한편, 최근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사고 등도 증가하고 있어 현재 관련 규정 정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차세대 퍼스널 모빌리티의 현행 규정상 구분과 현재 검토 중인 신규안에서의 구분은 다음과 같다.

일본 국토교통부의 초소형 모빌리티 구분


유식자 회의가 검토 중인 차세대 모빌리티 분류안

중간보고에서 면허 불필요, 헬멧 임의 착용인 <소형 저속차> 구분이 제안됨으로써 전동 킥보드 보급이 추진력을 얻을 가능성이 존재함

요약하면, 일본에서 차세대 퍼스널 모빌리티는 <초소형 모빌리티>, <소형 저속차>, <보도 통행차>로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소형 저속차와 보도 통행차는 유식자 검토회에서 심의 중이기 때문에 임시 구분에 해당). 현 상황에서 상업적 이용이 인정되고 있는 것은 기존의 퍼스널 모빌리티인 원동기 부착 자전거(오토바이 포함)와 경자동차만이다. 앞서 설명한 전동 킥보드 셰어링 서비스도 아직 실증시험 단계이며 도요타가 2020년 12월에 출시한 초소형 모빌리티 <C+pod>는 아직 법인 및 지자체만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개인용은 2022년 예정). 이제부터 법규 및 인프라 정비에 착수하는 차세대 퍼스널 모빌리티는 아직 개척기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당분간 오토바이나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 등 기존 수단이 중심이 될 것이다.

퍼스널 모빌리티 분류

점선부는 경찰청의 유식자 회의에서 현재 심의 중인 분류임

하지만 관련 법규 및 인프라가 정비되기만 하면 차세대 퍼스널 모빌리티는 시장이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편리성과 쾌적함>을 갖춘 <소형 저속차>가 가장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초소형 모빌리티나 보도 통행차량은 각기 <면허증이 필요 없는 초저속차(전동 휠체어, 노인 전동 카트)>나 <면허증이 필요한 경자동차>라는 기존 모빌리티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이에 반해 소형 저속차의 경우 원동기 자전거나 오토바이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도보에 비하면 상당한 고속 이동이 가능하면서도, 운전면허, 헬멧, 페달로부터 해방된 새로운 모빌리티이기 때문에 향후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 헬멧 착용으로 헤어스타일이 망가지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나 페달 조작으로 인한 복장 제한(치마, 하이힐 등)이 없어질 것이고, 이는 결국 면허 유무, 연령, 성별, 신체능력, 복장 등의 조건과 무관하게 쉽고 편안히 빠른 이동의 실현으로 이어진다. 소형 저속차는 기존의 퍼스널 모빌리티에는 존재하지 않던 편리성과 쾌적함을 모두 갖추고 있다. 또한 그밖에 법규, 세제, 타깃 고객, 보급 속도까지 고려했을 때도 소형 저속차야말로 퍼스널 모빌리티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블루 오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도 많은 제조사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2021년 10월 드디어 업계 최대 플레이어인 도요타가 만반의 준비 끝에 전동 킥보드를 출시한 것도 매우 상징적이다.

2021년 10월 출시한 퍼스널 모빌리티 <C+walk T>

도시형 대형공원 내의 산책(좌) 및 SECOM의 상주경비(우) 용도의 도입이 확정된 상태다.

퍼스널 모빌리티 비즈니스로부터 야기되는 신규 수요로써 배터리, 모터, 센서, 반도체, 프레임 보디(경량, 경질) 등 EV 관련의 부품 산업이 전도유망하다. 신체 보호를 위한 보호장비에 대한 수요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 시 운전자의 신체가 그대로 외부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사고 발생 시에 크게 다칠 위험이 크다. 사전에 충돌을 회피하는 방식(액티브 세이프티)으로 대처하고자 한다면 최근 차량에 자주 탑재되는 레이더, 적외선, 카메라 화상 처리 관련의 니즈가 발생할 것이다. 충돌 시의 충격 완화(패시브 세이프티)를 통해 대처하고자 한다면 에어백, 헬멧, 프로텍터 등의 니즈가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 세계선수권 <Moto GP>에서는 2018년부터 에어백 착용이 의무화되었고, 이를 계기로 일반 라이더들에게도 에어백이 조금씩 보급되기 시작했다. 최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Makuake에서 1억 1,699억 엔의 펀딩에 성공한 <Cross Helmet>은 전동 킥보드 주행 시 안전성 확보를 위한 360도 시야 확보를 가능케하는 HUD(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리어 카메라를 헬멧에 탑재해 큰 인기를 누렸다.

이탈리아 DAINESE사의 오토바이용 에어백 <D-air>가 장착된 스마트 재킷

에어백 부분(가슴/등)의 CE규격 충족은 세계에서 유일(2021년 1월 기준)

<Cross Helmet> 외관(좌)과 전방 시야의 상부 HUD에 표시된 후방영상(우)

2.4GHz Wireless 접속, 노이즈 저감, 네비게이션, 터치 패널 내장 등의 기능성을 완비

시사점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타인과의 밀접 접촉이 불가피한 대중교통 사용에 대한 불안감/거부감이 높아지며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한편, 코로나 사태와는 별개로 차세대 퍼스널 모빌리티의 도입/보급은 저출산 고령화 및 인구 감소가 급격히 진행 중인 일본의 경우에는 거쳐 갈 수밖에 없는 단계다. 현재 일본의 노선 버스 사업자의 70%가 적자 상태다. 3대 도시권을 제외하면 그 비율은 90% 가까이 치솟는다. 공공 교통기관 운전사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일본의 교통 인프라 고령화 상황을 고려하면, 목적지 및 거점까지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교통약자>는 지방에서부터 시작해 전 지역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책 차원에서도 차세대 퍼스널 모빌리티와 MaaS(Mobility as a Service)의 보급은 필수불가결하다.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 Luup의 오카이 사장은 이와 관련해 <철도가 동맥이라면 우리는 모세혈관이다. 동네 곳곳을 연결하는 인프라가 되겠다>라고 사업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교통 인프라 고령화에 대한 대응만을 초미의 과제로 삼아 강조하다 보면,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와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퍼스널 모빌리티를 조속히 보급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생겨 한편으론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법규 및 인프라 정비, 그리고 다소간의 진흥 시책이 물고를 터주기만 한다면 퍼스널 모빌리티 보급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배터리, 모터, 센서 등 EV 부품의 현저한 성능향상 및 가격인하로 퍼스널 모빌리티 제품의 제조 및 수익성 확보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퍼스널 모빌리티는 조건에 구애 받지 않고 마음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길 원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본능을 충족시킨다. 차체에 들어가야 하는 자동차와는 달리 직접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해방감 등 퍼스널 모빌리티를 통해 구현되는 쾌감과 편익은 코로나19 사태로 외부 활동 자제를 강요 받아온 현대인들에게 실로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처럼 거창하지 않고 자전거처럼 귀찮지 않다. 쉽고 편하게 누구나 유연하게 이용 가능한 퍼스널 모빌리티 수요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아울러 퍼스널 모빌리티 자체뿐만 아니라 그 저변으로도 비즈니스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완성차나 부품 이외에도, 앞서 설명한 신체보호 장비 등 퍼스널 모빌리티 특유의 수요 분야가 존재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자로 상정하는 만큼, 각각의 이용 층을 타깃으로 한 상품 전개(여성층을 겨냥한 예쁜 헬멧 등)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차량관리, 유지보수, 폐차, 보험 등 아직 시장 개척기이기에 블루 오션으로 남아 있는 부문들도 사업적으로 유망할 것이다.

일본 무역통계에 따르면 기존의 퍼스널 모빌리티 분야(자전거, 오토바이)에선 한국기업이 일본 진출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초소형 모빌리티처럼 상대적으로 기존 자동차 메이커에 친화성이 높은 분야에 비해 소형 자동차는 설계 자유도도 높고 아이디어와 기술에 따라선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어 일본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신규 플레이어도 불리한 점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차세대 퍼스널 모빌리티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 세그웨이 같은 경우에는 기존의 대형 자동차 메이커로부터 제안된 것이 아니라 1999년에 창업한 신생기업이 내놓은 솔루션이었다. 한국에는 이미 전동 킥보드를 중심으로 퍼스널 모빌리티의 보급이 대중화되어 있으며 시장도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한편 일본의 차세대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이제 막 개척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일본 시장에 충분히 도전해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자료: NIKKEI 신문, 가와사키, 페어 모터스, 혼다, 일본 경찰청, Makuake 등의 자료 및 KOTRA 도쿄무역관 자료를 종합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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