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비안’ 급등에서 찾는 한국 전기차의 가능성
‘리비안(Rivian)’ 상장 열기
제2의 테슬라 또는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있는 전기차 스타트업 기업 ‘리비안(Rivian)’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열기가 뜨겁다. 리비안의 주가는 상장 첫 날인 11월 10일 30% 가까이 급등했고 11일에도 20% 이상 올랐다. 이틀새 50%대로 폭등하며 시가총액은 1218억 달러로 GM, Ford를 넘어섰다.(2021년 11월 11일 기준)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창업자인 MIT(메사추세츠공대) 출신의 38세 젊은 CEO 로버트 스카린지는 2009년 이 회사를 창업한 지 11년만에 자산 규모 140억 달러(추산)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실제 출고 차량 대수가 200대도 넘지 않고 아직 수익이 없는 이 회사에 투자자들은 잠재 성장력을 보고 기꺼이 투자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리비안 주가 추이
열기의 근원은 어디인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기차시대는 더욱 빨리 도래할 것이라고 업계는 예측하고 있었다. 지난해, 팬데믹이라는 복병이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현재 리비안 뿐만 아니라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 로즈타운 모터스(Lordstown Motors), 트라이톤(Triton), 볼린저 모터스(Bollinger Motors), 니콜라(Nikola), 카누(Canoo) 등 수많은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준비 중이다. 저마다 ‘제2의 테슬라’를 표방하는 이 기업들은 테슬라 출신 엔지니어들을 대거 스카우트하며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가장 많은 테슬라 출신 직원을 채용, 올해 10월 말 첫 양산으로 주가 상승 이슈가 됐던 루시드 모터스는 2019년 테슬라 수석 엔지니어 출신인 피터 롤린슨을 CEO로 영입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리비안은 2009년 설립, 2011년부터 자율주행과 전기차에 주력했고 2015년 미시간주 플리머스와 리보니아에 연구시설과 본사를 두고 개발을 진행하다가 현재는 캘리포니아주로 본사를 이전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이 배송트럭 10만 대를 리비안에 선주문하며 투자했다는 점과 아마존이 최대 주주라는 점도 과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선택과 집중
리비안 열풍의 근원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업계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차, 미국에서 매년 가장 많이 판매되는 차량인 ‘픽업트럭’을 주력 차량으로 선택, 전기차로 가장 먼저 출시한다는 목표에 집중했다. 팬데믹으로 업계가 고전했던 지난해에도 미국의 자동차 판매 순위 1위부터 3위는 모두 픽업트럭이었다. 미국인들의 실용주의를 잘 반영한 픽업트럭은 도심 지역을 벗어날수록 거의 한 집당 한 대씩 보유하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차량이다. 이처럼, 한 차종에 집중해 출시한 리비안의 전기 픽업트럭 R1T는 배터리팩이나 드라이브 유닛 등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공간 확보에 용이한 스케이트보드 형태 플랫폼 기반으로 제작됐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1만1000파운드를 견인할 수 있는 파워와 1회 충전 314마일(500킬로미터) 주행, 최고출력 약 800마력 등의 스펙 외에도 싱크대, 인덕션 스토브, 물 탱크 등이 추가되는 캠핑 패키지 옵션, 짐칸 위에 3인용 텐트 설치가 가능한 텐트 옵션 등 미국인들의 문화와 정서를 잘 반영했다.
2020년 미국 차량 판매 순위
리비안이 자체 개발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픽업트럭과 SUV 중심의 전기차 전환 가속화
전기 픽업트럭의 출시로 큰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리비안의 사례는 미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출시가 픽업트럭과 SUV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자동차 업계에 보내고 있다. 2020년 팬데믹 기간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율을 20% 정도였다. 나머지 80%의 판매량은 픽업트럭과 SUV가 차지했다. 전기차로 전환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미국 자동차 시장은 픽업트럭과 SUV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기차 시장에는 리비안을 시작으로 이러한 현상이 보이고 있다. 2021년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은 소형 SUV인 Model Y가 압도적인 판매량을 올리고 있고, GM과 Ford도 F-150 전기 픽업트럭, 험머 EV, 머스탱 Mach-E와 같이 전기 픽업트럭과 전기 SUV를 중심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코나EV, 니로EV를 미국시장에 출시했고 향후 아이오닉5, EV6 등의 전기 SUV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2021년(1~10월) 테슬라 모델별 판매 순위
한국에 기회인 이유
복잡한 설계와 부품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여겨지던 자동차 산업의 담이 허물어지고 있다. 플랫폼과 배터리 기술만 있다면 누구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 막 첫 차량 인도를 시작한 업체의 시가총액이 미국 전통 자동차업체들의 시총을 쉽게 넘어서는 시대가 의미하는 바는 바로 ‘기회’다. GM, 리비안 등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모두 한국 브랜드다. 배터리 강국인 한국이 얼마든지 선점할 수 있는 분야가 전기차 분야인 것이다. IT강국인 한국의 비 자동차 전장 기업들에도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다. ADAS, 인포테인먼트, 차량 내 클라우드서비스 등 한국 전자 기업들의 특장점을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되는 전기차 시대, 관건은 선택과 집중, 소비자 문화권의 이해, 배터리 가격 인하를 통한 출고가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강점을 살려, 전기차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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