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국민 일평균 6시간 인터넷 사용, 디지털 전환 본격화
– 디지털전환 가속화로 관련 진출 기회 확대
코로나19로 비대면 디지털 플랫폼(전자상거래, 온라인 배달 등)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베트남도 전자상거래, 온라인 배달서비스 성장에 힘입어 2021년 디지털 경제 규모는 전년대비 31%나 성장했다.
베트남은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0위, 전체 인구의 70%(약 6800만 명)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등 높은 디지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베트남 정부도 최근 2025-2030 국가 디지털 전환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 베트남 디지털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베트남 정부의 디지털 전환 계획과 베트남 현지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관련 시장진출 기회를 살펴보고자 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 디지털 경제
<베트남 디지털 경제 규모>
(단위: 십억 달러)
베트남 디지털 경제가 가파른 성장세로 베트남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2021년 베트남 디지털경제는 약 210억 달러를 기록하며 작년대비 31%의 높은 성장률을 시현했다. 비록, 온라인 여행 부문이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25억 달러에서 2021년 14억 달러로 약 45% 감소했지만, 전자상거래, 운송 및 음식배달 부문이 각각 53%, 35%의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베트남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베트남의 디지털 경제의 위상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5년에는 3억 달러 수준의 동남아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디지털경제 시장 규모를 보였으나, 이후 연평균 두 자리수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2021년에는 인도네시아(700억 달러), 태국(300억 달러)에 이어 동남아시아 3위의 디지털 경제 강국이 됐다. 이런 베트남 디지털경제의 잠재력이 확인됨에 따라 외투기업들의 관련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베트남 토종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티키(Tiki)가 AIA, 미래에셋-네이버아시아성장펀드, 대만모바일, 유안타펀드 등 일련의 투자자들로부터 약 2억6000만 달러를 투자유치했다.
높은 디지털 잠재력을 가진 베트남의 디지털 전환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은 1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 중 인터넷, 스마트기기에 친숙한 MZ세대가 전체 인구의 47.2%에 달한다. 또한, 유럽디지털경쟁력센터(ECDE)가 발표한 ‘디지털 역동성 보고서2021’에서는 베트남은 339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세계에서 디지털 역동성이 가장 큰 나라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약 800만명의 신규 온라인 소비자가 유입되면서 베트남 디지털 전환의 시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구글(Google)과 테마섹(Temasek),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는 e-Conomy Sea 2021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의 디지털 잠재력을 근거로 베트남의 디지털 경제가 연평균 17% 성장하며, 2025년에는 570억 달러 규모로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번째로 큰 디지털경제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베트남 정부
<베트남 국가 디지털 전환 프로그램 개요>
베트남 정부도 디지털 경제를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베트남 정부는 2020년 6월 ‘디지털 전환을 위한 국가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발표, ▲디지털 정부, ▲디지털 경제, ▲디지털 사회 등 3가지 부문으로 나누어 2025년 및 2030년까지의 목표를 설정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을 점진적·단계적이 아닌 획기적인(Breakthrough) 전환으로 정의하면서 현재 GDP의 8.2% 비중인 디지털 경제를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다소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며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달성하고자 하는 베트남 정부의 의지가 주목된다.
더불어, 디지털 전환의 방향으로 내건 슬로건 ‘Make in Vietnam’도 눈여겨 봐야 한다. Make in Vietnam이란 ICT 부품을 수입해 단순 조립만 하는 현재의 방식이 아닌 베트남에서 ICT부품부터 완성품까지 모두 제작하는 베트남 국산화 정책을 의미한다. 이는 그동안 ICT 아웃소싱을 통해 습득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며, VinGroup과 같이 투자여력이 있는 현지 대기업들도 육성돼 충분히 자립생산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정부는 ‘Make in Vietnam’ 정책을 통해서 베트남이 고부가가치의 기술 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베트남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 선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먼저 개인정보보호 및 사이버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사이버보안기업 서프샤크(Surfshark)가 발표한 2021년 ‘디지털 삶의 지수(Digital Quaility of life)’에서 베트남의 사이버보안(e-security) 수준은 110개 국가 중 71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더불어, 디지털 기술에 숙련된 IT 인력 육성도 시급하다. 베트남에서 IT 구인구직 정보를 제공하는 TopDEV의 ‘2020년 베트남 IT 시장동향’에 따르면 베트남은 매년 5만여 명의 IT관련 전공자들이 배출되고 있으나 IT 인력 수요는 2015년 1만2000여 명에서 매년 약 50% 증가하며 2019년에는 신규 인력 수요가 6만3000여 명에 달해 이미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 비용 등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 느끼는 베트남 기업들
<베트남 기업들의 디지털전환 인식(좌) 및 디지털전환의 애로사항(우)>
실제 베트남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최근 베트남 기획투자부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와 공동으로 1,300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여 ‘베트남 디지털 전환의 수요와 장벽’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디지털전환에 나선 기업들은 41.3%로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6.3%의 기업은 디지털 전환에 대해 현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변하는 등 베트남에서 디지털 전환의 단계는 아직 초기단계로 분석된다.
베트남 기업들이 느끼는 디지털 전환의 애로사항으로는 투자비용이 60.1%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로자 1-1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서 응답률이 높았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및 수익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기존 업무관행 변경의 어려움도 52.3%로 베트남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는 2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 주로 겪는 어려움으로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프라 및 솔루션을 갖추고도 기존 직원들이 사용하지 않거나 이해도가 떨어지는 등 실질적으로 활용이 되지 않는 애로사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정부에서도 민간부분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비용적인 문제로 디지털 솔루션을 직접 구매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Make in Vietnam Platform’을 구축해 회계, 마케팅, 구인구직 등 12가지 온라인 플랫폼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고 있다. 호찌민시는 최근 디지털전환 지원센터를 설립해 디지털 전환 교육 및 컨설팅을 제공하며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시사점
코로나19 위기는 베트남에 오히려 디지털 전환의 기회가 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Digital Vietnam : The Path to Tomorrow’ 보고서에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베트남 기업들의 디지털 플랫폼(전자상거래, 소셜 네트워크 등) 사용률이 48%에서 73%로 급격히 늘었으며, 같은 기간 디지털 솔루션 및 장비에 비용을 지출하는 기업의 비율도 5%에서 21%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전체 인구 중 약 70%(6800만 명)이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베트남의 디지털 잠재력이 코로나19로 날개가 달린 셈이다.
베트남 정부도 본격적인 디지털 경제 육성에 나서면서 관련 기회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정부는 2025-2030 국가 디지털전환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헬스케어, 교육, 금융, 에너지, 물류, 산업제조, 농업 등 8대 디지털혁신 우선 분야를 선정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을 단계적 전환이 아닌 ‘획기적 전환’으로 정의하면서 공격적인 목표치를 설정했고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관련 프로젝트, 현지 파트너 기업들의 육성 등 여러 지원책 발표가 기대된다.
다만, 베트남 디지털 전환의 한계점과 잠재적 위험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베트남의 디지털 전환은 현재 일부 대기업 중심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베트남 기업들은 비용문제, 전문가 부재 등의 이유로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불어, 베트남 정부는 사이버 보안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있으며, 이 법규들이 기업활동의 하나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과 사전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