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TV에서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으로 ‘마징가Z’, ‘로봇 태권V’ 등을 방송했다. 당시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초등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지난 1980년대만 해도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로봇을 현실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래서일까? 지구를 지키기 위해 위기의 순간에 로봇이 ‘짠’하고 나타나면 손뼉을 치면서 환호했고, TV 브라운관에서 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했다.

악의 무리에 맞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싸우던 로봇은 상상 속의 영웅이었다. 과거엔 애니메이션이나 SF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로봇이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공장 같은 생산 현장에서 물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활용되었다면 이제는 달라졌다.


작업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로봇활용 재활기 스마트 글러브를 착용하고 있다.(사진=성동재활의원)

최근 서비스 산업에도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마침 동네 재활의원에서 로봇 재활치료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로봇 재활치료기인 스마트 글러브를 도입해서 기능 장애가 있는 지역 내 장애인에게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물론 재활의원에서 장애인 대상으로 로봇 재활치료기를 도입하는 과정에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로봇활용 사회적약자 편익지원사업’이 있었다.

고령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로봇을 보급하여 그들에게 안정적인 생활환경을 제공하고, 돌봄 인력의 노동·심리 부담을 덜어 주는 등 복지 증진을 추구하고 있다.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 따라 시장창출형 로봇보급사업(2012년~2019년)의 후속으로 2020년부터 지원 중이다.


로봇 재활치료기 스마트 글러브를 도입한 성동재활의원.

성동재활의원은 작년 1월부터 2개월간 시범사업을 거쳤고, 긍정적인 반응이 있어서 그해 5월 27일부터 본격적으로 로봇 재활치료기 스마트 글러브를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작업치료사의 역량에 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 했던 재활치료였다. 그런데 로봇을 활용하면서 환자들의 높은 호응과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하니 궁금했다.


작업치료사가 환자들이 착용하는 스마트 글러브를 보여주고 있다.

성수동에 있는 성동재활의원을 방문했다. 김보경 원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를 따라 재활실로 입장했다. 양지혜 작업치료사가 로봇 재활치료기인 스마트 글러브를 오른손과 왼손에 번갈아 착용하면서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

먼저 손에 스마트 글러브를 착용하고 컴퓨터에 설치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손 풀기 체조를 하듯 아주 간단한 손동작을 하면서 컴퓨터 모니터로 손동작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총 57개의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해서 본격적인 재활치료를 진행했다.


스마트 글러브를 착용한 뒤 화면에 나타난 손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있다.

양지혜 작업치료사는 레몬을 손에 쥐고 짜는 동작을 실행했다. 환자 본인이 감지하지 못하는 미세한 손놀림을 로봇이 인식해서 모니터 화면으로 보여준다. 이어서 자동차 경주, 펭귄의 비행 등 프로그램을 실행시켜서 손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차와 펭귄이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했다.


스마트 글러브를 착용한 손을 움직이면서 게임하듯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그는 “환자 1인당 15분가량 평균 3, 4개의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라면서 “프로그램 단계도 업데이트되고 프로그램 개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환자는 재활치료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환자가 내원하면 작업치료사가 환자의 손 움직임을 평가해서 로봇 재활치료를 권유한다. 이때 환자는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환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재활치료 자체가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가 아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인내심을 갖고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 그런 환자들에게 재활치료는 숙제와도 같아서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로봇 재활치료는 다르다. 환자가 게임을 하듯이 재활치료를 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 한다고 했다.


환자가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재활치료에 집중하고 있다.(사진=성동재활의원)

로봇 재활치료는 스마트 글러브 기기와 컴퓨터 프로그램이 연동되어서 이루어진다. 김보경 원장은 로봇 재활치료의 장점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 환자의 손 기능에 맞춰서 재활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평상시엔 환자가 자신의 손을 움직여도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스마트 글러브를 착용한 환자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미세한 손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보경 원장이 로봇활용 재활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둘째,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이다. 재활치료는 일시적이거나 단기적인 치료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장기적인 치료 방법인 셈이다. 게임 형태로 제공되는 재활치료 프로그램이 있어서 환자는 지루해하지 않고 점수가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환자 본인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재활치료를 할 수 있다.

스마트 글러브는 뇌졸중 재활을 위한 첨단 재활장치로, 가속도계 및 굽힘 센서 등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임상실험을 거쳐서 재활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성동재활의원에서 로봇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흥미를 갖고 치료에 임하고 있다.

지금 로봇을 활용한 재활치료가 대형병원 위주로 도입되는 추세다. 김보경 원장은 “손가락 및 손목의 관절 등 다양한 동작이 인식되고 있다”라면서 “지금보다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다양해지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환자가 실생활에서 하듯 화면을 보면서 레몬즙을 짜고 있다.

로봇의 변신은 끝이 없는 것 같다. 로봇은 우리가 상상했던 애니메이션이나 SF 영화 속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우리네 현실에 로봇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로봇이 사회적 약자인 어르신, 장애인 등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니 과거 내가 TV로 시청하면서 열광했던 애니메이션 로봇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로봇활용 사회적약자 편익지원사업 : https://www.kiria.org/portal/bizsupt/portalBsuptRoCreYearly.do

☞ 자료 출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