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드론 배제로 성장 기회를 맞은 일본 드론업계
– 드론 실용화를 위한 법령 정비에 박차 가하는 일본 정부
차세대의 핵심 성장산업 분야 중 하나로 자율주행, 로보틱스, 전기차 등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드론이다. ‘하늘의 산업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드론이 일본에서 드론이 주목을 받게된 것은 2015년으로, 당시 일본 총리 관저 등 중요시설이나 번화가에서 드론 낙하 사고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총리 관저 드론 낙하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단 7개월 만에 무허가 드론 이용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항공법 개정이 초고속으로 이루어진 바 있다. 2015년 일본의 신조어·유행어 대상 톱10에 ‘드론’이 포함됐을 정도다. 그리고 올해 2022년은 일본 드론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드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고에서는 최근 일본 드론 산업 현황에 대해 다뤄 보고자 한다.
<농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되는 드론>
[자료: JAVOA(일반사단법인 전국 무인항공기 비행기능 적정평가 감시기구)]
일본 드론 시장 규모
일본의 시장조사기관 임프레스 종합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내 드론 시장 규모는 2021년도 기준 약 2,308억 엔으로 전년도(1,841억 엔) 대비 약 25.4% 확대됐다. 세부 내역은 드론 기체가 693억 엔, 서비스 1,147억 엔, 주변 서비스 468억 엔이다. 2027년에는 시장규모가 약 7,933억 엔(기체 1,788억 엔, 서비스 5,147억 엔, 주변 서비스 998억 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연평균 성장률(2021~2027년도 CAGR)로 환산하면 22.8%로, 앞으로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성장이 기대되며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는 드론 서비스 시장이다.
<일본 국내 드론 시장 규모 추이>
[자료: 임프레스 종합연구소 자료에 기반해 KOTRA 도쿄 무역관 작성]
중국산 드론 배제로 성장 기회를 맞은 일본 드론업계
201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드론 시장은 세계 드론 점유율 1위인 중국의 DJI의 독주 체제로, 많은 일본 드론 기업들이 하드웨어 개발은 단념하고 서비스 분야로의 전환하는 기조가 선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2017년 중국 정부가 국가정보기관의 권한과 정보 수집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정보법을 제정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세계적으로 중국산 드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 정부 기관에서 자국의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중국산 드론 사용에 제한을 두는 움직임이 급격히 확산됐다. 일본 정부도 2020년 9월 <정부기관 등에서의 무인항공기 조달 등에 관한 방침>을 공표해 사이버 안보 강화 차원에서 리스크가 있는 제품을 교체하라는 지침을 각 정부 기관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DJI를 비롯한 중국산 드론은 정부 조달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인프라 점검 등 일정 수준 이상의 공적 이용이 예상되는 민간용 드론의 경우에도 선택지에서 중국산 드론을 배제시켰다.
중국산 드론이 시장에서 배제되는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일본 드론 제조기업들은 성장 기회를 맞았다. 우선 2020년 9월의 일본 정부 방침 발표에 앞서 NEDO(국립연구개발법인 신생 에너지 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의 ‘안전·안심 드론 기반 기술 개발’ 사업(2020년 4월 ~ 2021년 11월)이 발족되어 데이터 유출 방지와 드론 기체 해킹 방어력에 초점을 맞춘 고성능 소형 드론 개발이 추진됐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 국산 드론 메이커인 ACSL이 리드하고 일본 NTT 도코모, 야마하 발동기 등 5개사가 참여했으며 플라이트 컨트롤러를 포함한 표준기반의 설계 및 개발이 진행됐다. 그리고 2021년 12월에 그 성과물인 보안 소형 공중촬영 드론 <SOTEN(蒼天)>이 발표됐다. 보안 제품 국제표준인 ISO 15408에 준거하는 것은 물론, 드론이 확보한 촬영 데이터나 비행 경로 데이터 등을 암호화해 송신하는 기능도 갖췄다. 통신망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도 일본 국내 클라우드에 집적·보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기체 주요 부품은 일본 국산제품 또는 신뢰성 있는 해외 조달품을 채택했다.
<일본 국산 산업용 소형 드론 ‘SOTEN(蒼天)’>
주: 플라이트 컨트롤러 API 및 주요 부품 접속 사양을 홈페이지에서 공개 중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NEDO 프로젝트를 필두로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기업의 드론 시장 참여가 잇따랐다. 소니 그룹은 2021년 11월 자사의 풀사이즈 미러리스 일안 카메라 ‘α’를 탑재한 중형 사이즈의 드론 ‘에어피크(Airpeak)’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광고나 영화 촬영 등 영상물 제작자용으로 제작된 제품이지만 기체 사양상으로는 측량이나 점검 등 산업용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NTT 그룹은 자회사 NTT 동일본을 축으로 소프트웨어 기업 OPTiM, 드론 제조사 WorldLink & Company와 함께 국산 드론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 ‘NTT e-Drone Technology’를 공동 설립했다. 기존에 사업 실적이 있는 농업 분야를 주축으로 각종 산업 분야로의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전년 매출량 대비 3배 규모인 450기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본 드론 시장에는 드론 전문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자사의 사업전개나 핵심기술을 연계할 수 있는 타 업종 기업으로부터도 다각적인 시장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향후 급격한 시장확대가 기대된다.
<소니 그룹의 첫 드론 제품인 ‘Airpeak'(왼쪽)과 NTT e-Drone Technology의 농업용 드론 ‘AC 101′(오른쪽)>
[자료: NIKKEI 신문]
<일본 국내 주요 드론 관련 기업 리스트>
주: 1) NEDO: 국립연구개발법인 신생 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 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PC: Prestressed Concrete. AIST: 산업기술 종합연구소. MMS: Mobile Mapping System
2) ACSL 항목의 <경제산업성 드론 사업>은 NEDO의 <안전·안심 드론 기반 기술 개발>사업을 지칭
[자료: 언론 보도, 각사 자료에 기반해 KOTRA 도쿄 무역관 작성]
<일본의 최신 드론 기술 동향>
[자료: 각사 PR자료에 기반해 KOTRA 도쿄 무역관 작성]
드론 실용화를 위한 법령 정비에 박차 가하는 일본 정부
일본 드론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정부에서는 관련 법령 정비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일본 드론업계의 목표는 2022년 연내에 법령 정비가 예정되어 있는 드론 ‘레벨 4′(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공간에서 드론이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면서 비행 가능한 수준)에 대응하는 완전 자율주행 드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드론 비행을 레벨1~4로 분류하고 있는데 항공법 개정에 따라 2022년 연내에 레벨4 비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조종자의 시야 범위를 벗어나는 구역에서도 비행이 가능해지면서 드론의 활용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규정한 드론의 비행 레벨>
[자료: KDDI]
레벨4 도입의 예비 단계로, 일본 국토교통성은 2022년 6월부로 일정 사이즈 이상의 드론 등록을 의무화한다. 드론 등록 의무화는 2020년 개정 항공법 시행에 따른 것으로, 신설된 제131조의 3~14 조문을 법적 근거로 한다. 기체의 성능 정보 및 소유자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사고원인 규명 및 안전운용 규정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등록 의무화 적용대상 범위는 옥외 비행을 하는 중량 100g 이상의 모든 드론이다. 등록 절차에 드는 비용은 신청 방법에 따라 상이하지만 대략 1,000~2,500엔 수준이다. 등록번호의 기체 표시 및 리모트 ID 기능 탑재도 의무화된다. 신청 유효기간은 3년으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주: 일본어·영어 대응
일본 드론업계 전문가 코멘트
세계 10개국 이상에서 사업을 전개 중인 일본의 드론 제조사 T사에 일본 드론업계의 동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Q1: 귀사에서 제작하는 드론은 주로 어떤 용도로 쓰이는가?
A1: 산간지역에 위치한 송전선의 점검 등 주로 사람이 가기 힘든 곳에 위치한 전력 시설의 인프라 점검이나 측량 등에 사용되고 있다.
Q2: 지난 6월 일본정부는 국토교통성에 등록이 의무화돼 있는 드론의 중량을 기존의 200g에서 100g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으로 100g 이상의 소형 드론의 운영 시에서도 안전성 측면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아질텐데 이에 따른 제약은 없는가?
A2: 당사가 취급하고 있는 산업용 소형 드론은 원래 사람이 없는 곳에서 주로 활용되기 때문에 거의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산업용이 아닌 일반 취미용으로 사용되는 소형 드론의 사용에는 예전에 비해 제약이 따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Q: 현재 드론의 안전성은 어떤가?
A: 최근 몇 년간 드론의 동작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드론의 안전성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현재 일본에서 이용되는 드론은 소프트웨어 기능이 뛰어나므로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센서가 작동해 피할 수 있다.
Q: 현재 일본에서는 중국산 드론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 중국산 드론을 완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인가?
A: 2017년 중국 정부가 국가정보법을 제정하면서 일본 국내에서도 중국산 드론을 대체하기 위해 자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DJI사와 동일한 성능에 같은 가격으로의 대체는 아직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도 일본 드론업계에서는 중국의 DJI사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드론 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 중인 일본 정부의 지원 하에 주요 대기업에서 드론의 자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드론 전문 스타트업도 속속들이 등장해 다각적인 시장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향후 일본 드론시장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일본의 드론 시장은 2010년대 후반부터 국가안보 차원에서 자국산 드론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하에 일본 주요기업들이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2022년 연내 레벨4 비행이 허용되면 성장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미중 무역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나 2021년 하반기 발생한 요소수 부족 사태는 국가 안보에 중요한 핵심 품목의 과도한 대외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 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농업용, 인프라 점검 뿐만 아니라 군용으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드론은 반도체나 리튬 이온전지와 더불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국산화가 요구되는 핵심 품목 중 하나다. 관민이 협력해 드론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참조해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드론 산업 육성과 드론 핵심 부품 국산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자료: 일본 국토교통성, 경제산업성, 임프레스 종합연구소, NEDO, KDDI, 닛케이신문, 각사 홈페이지 및 KOTRA 도쿄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