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스마트 도시 파리

데이터 수집, 개인 정보 등 스마트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

프랑스 지역전문가 반기안 (임펄스 파트너스 상무)

 

혁신을 주도하는 파리

 

지난 여름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100년 만에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파리는 여러모로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경기장을 벗어나 센느강을 배경으로 열린 개막식은 파격적이었고, 각종 경기는 파리 시내와 근교에 흩어져 있는 상징적인 건축물과 유적지에서 진행되었다. 가히 파리만이 할 수 있는 시도였으며, 도시 전체가 축제의 무대가 되어 열린 올림픽이 무엇인지를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 주었다. 또한 다양성과 포용성, 양성평등 그리고 환경 면에서도 새로운 지평을 연 대회였다.

 

올림픽 뿐만 아니라 스마트 도시 분야에서도 파리는 혁신을 주도하고자 노력해 왔다. 스마트 도시는 1990년대에 등장한 개념인데, 도시가 직면한 문제에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 통신 기술을 적응해 해결하고자 한다. 다른 국제적인 도시들에 비해 파리가 디지털 전환에 늦은 편이지만, 스마트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실험하고 있다. 파리가 도시 개발 혹은 혁신을 이끄는 게 역사에서 처음은 아니다. 19세기 후반 오스만 남작 주도 하에 이루어진 파리의 근대화는 여러 도시들의 모범 사례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세계 최초로 공유 자전거와 자동차 즉 벨립(Vélib’)과 오토립(Autolib’)를 도입한 곳도 파리다.

 

21세기 도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

 

비단 파리만이 아니라 21세기 전세계 도시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산적해 있다. 세계적으로 도시화는 아직 진행형으로 도시에 인구가 몰리면서 도시가 감당해야 하는 위기도 커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기후변화일 것이다. 온실 효과의 영향으로 지구 전체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는데, 열섬 현상이 생기는 도시에서 겪는 무더위는 더욱 심각하다. 미세 먼지 발생에 따른 공기의 질 문제도 대두 되면서 어느새 우리는 매일 관련 수치를 확인하고 산다. 도시라고 해서 자연 재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오히려 홍수나 가뭄, 지진이 발생하면 도시의 취약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몇 년 동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작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집적해 있다 보니 공공 위생은 다시금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도시가 시민 개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깊다. 테러 공격을 당해본 파리는 테러리스트 공격으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또한 양극화와 사회 불평등 증가, 실업 같은 사회, 경제적 문제들도 간과할 수 없다.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낙오자와 소외 계층을 따뜻하게 보듬어 사회적 긴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주거 공간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며,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에 대한 이야기도 점점 더 많이 들린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경제적, 환경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 각지의 도시들은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 그리고 최근에는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과 혁신이 주는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스마트 도시 건설을 통해 21세기 도시가 접한 문제들에 해답을 찾고자 한다. 프랑스 싱크 탱크 연구소 IDATE DigiWorld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만 전세계적으로 한화 100조 원이 넘는 900억 달러가 스마트 도시를 위해 투자 된다고 한다.

 

스마트 도시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다양하다. 도시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총량을 줄여야 하며, 에너지 생산에서 차지하는 재생 에너지 비율은 늘려야 한다. 건물이 소모하는 에너지는 막대해서 아직도 많은 혁신과 노력이 요구된다.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사람이 이동하거나 물건을 옮기면서 나오는 온실 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 일례로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자전거 전용 도로도 확장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일 뿐 아니라 미세 먼지 발생도 제한해 공기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수자원 활용을 개선해 점점 귀해지는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자연재해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고자 한다. 쓰레기 배출은 최소화 하며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는 최대한 재활용 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 도시는 삭막한 도시 내에 녹지 공간을 늘릴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생태계 다양성에 대한 고려도 포함한다. 오픈 데이터를 활용해 참여 민주주의를 실험할 수 있으며 약자에 대한 배려와 포용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속 가능한 스마트 도시 파리

파리는 스마트 도시라는 개념에 지속 가능성을 결합함으로써 21세기에 도시가 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고자 한다. 그 자세한 청사진은 파리 시에서 발간한 보고서 “지속 가능한 스마트 도시 파리”에서 볼 수 있다. 파리를 지속 가능한 스마트 도시로 만드는 여정에서 첫번째 중요한 블록은 ‘열린 도시’다. 집단 지성을 활용해 현대 도시가 가진 문제점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 모든 고민의 중심에 반드시 시민을 둔다. 또한 시 예산을 기획하고 집행하는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있다. 연구와 혁신은 ‘열린 도시’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이다. 파리는 교육 도시로 많은 수의 학생과 연구자들이 터전을 잡고 있는데, 파리 시는 교육 및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자 한다. 그리고 창업 및 혁신 생태계 활성화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해외 스타트업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파리는 ‘연결된 도시’를 실현해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최대한 누리고자 한다. 우선 IT 인프라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2025년까지 파리 시민이라면 누구나 유선(광섬유)과 무선(5G)을 망라해 초고속 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센서가 보편화 되면서 사물 인터넷 활용이 늘어나고 있으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할 데이터 센터도 필수불가결하다. 파리 시는 공공 데이터를 오픈 데이터 형태로 시민과 기업에 공개하고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사이의 협력도 장려한다.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에 필요한 새로운 인재상을 만들어 육성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문맹으로 인해 정보 격차가 발생하고 소외 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교육도 강화한다.

 

파리 시의 비전에서 가장 독창적인 부분은 ‘지속 가능한 도시’라는 블록을 스마트 도시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정보, 통신 기술의 장점을 활용하지만 기술 만능주의는 경계한다. 환경, 경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시민 각자가 일상에서 느끼는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자 한다. 시 차원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기존 그리고 신축 건물들의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고 있다. 태양열, 지열을 활용한 재생 에너지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온실 가스의 배출은 더욱 제한을 받게 된다. 자전거 전용 도로를 연장하고 전기 자동차 충전소를 확충하는 한편 대중교통 공급을 개선하고 대안 교통수단의 사용은 늘린다. 녹지 공간을 확대하며 도시내 농업 활동도 장려한다. 이밖에 다른 예들도 수없이 많은데, 이러한 정책들을 통해 파리 시는 궁극적으로 도시가 에너지, 교통, 물류, 수자원, 쓰레기 등에서 겪는 문제들에 대해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찾아 나가고 있다.

 

비판과 전망

 

파리가 스마트 도시로 진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데 개인정보가 누출될 위험이 있으며, 일부 시민들은 사생활 침범을 걱정한다. 데이터의 정확성을 담보할 방안이 필요하고,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규칙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보, 통신 기술로 연결된 도시에서 에너지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에너지 소비가 많은 하이테크(High Tech)가 아닌 지속 가능한 로우테크(Low Tech)에 관심이 늘고 있다. 스마트 도시를 향해 나아가는 파리가 파리 시민이 아닌 다른 프랑스인들에게도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파리라고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적용 가능한 모델이라면 다른 프랑스인들이 소외감을 느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보사회에서 낙오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가져야 한다.

 

파리는 지속 가능한 스마트 도시를 만들어 또다시 전세계에 새로운 모델을 보여 주고자 한다.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고자 하는 한국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사이의 협력은 더욱 늘고 있는데, 스마트 도시 관련 기술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한국 업체들이라면 파리에서 공동연구나 사업 기회를 찾아볼 만하다.

 

※ 해당원고는 외부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 KO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