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의 도입 가속화를 위한 시범 프로젝트 가동
전기 수직이착륙기 제조사들의 상용화 추진 지속
주요 도시들의 수직이착륙장 인프라 건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에어택시는 도심의 심한 교통 체증을 피할 수 있는 미래의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아왔다. 미국에서는 전기 수직 이착륙기(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eVTOL) 형태가 주로 개발돼 오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eVTOL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10년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분석 회사 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eVTOL 항공기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4년 7억6000만 달러로 평가됐으며, 2030년까지 46억7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동안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35.3%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이후 2035년까지 연평균 27.6%의 성장으로 173억4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eVTOL 항공기 시장은 북미와 유럽,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북미시장의 성장이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서 에어택시 서비스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시장 잠재력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이유는 우선 혼잡한 도시와 그 주변 지역에서 더 빠르고 효율적인 교통수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인구 증가로 기존 지상 교통수단은 교통 체증과 긴 통근 시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에어택시 서비스는 수직 공중 통로를 이용해 이동 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eVTOL은 배기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전기 항공기이며, 소음 발생을 최소화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친환경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배터리 및 전기 추진 기술의 발전으로 eVTOL 비행이 실현 가능한 전환점에 도달했다. 향상된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전기 모터는 eVTOL 운항에 필요한 양력, 항속거리, 속도 등을 가능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수요와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서비스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규제 및 정책 환경 때문인 것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트럼프 정부에서는 에어택시 서비스 상용화를 가속화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여, 상업적 서비스 개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연방 정부의 에어 택시 도입 가속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추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드론의 지배력을 활성화할 행정명령을 올해 6월 6일 발표했다. 이 행정명령은 무인항공기와 eVTOL의 개발을 촉진해 상용화를 앞당기고 미래 항공 모빌리티 생산망을 구축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 명령서에 따라 미 교통부는 내년 2월 1일까지 상업용 무인 항공기 시스템 운영 확대를 위한 규칙을 공표하고, 무인 항공기 시스템을 국가 항공 체계에 통합하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 또한 이번 명령서에는 미국 내 안전하고 합법적인 eVOTL 운영을 가속화하기 위한 통합 조종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시범 사업을 선정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서 얻은 정보와 경험은 다른 첨단 항공기로 확대할 수 있음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명령에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미국 연방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FAA)은 첨단 항공 모빌리티( Advanced Air Mobility, AAM)를 조속히 도입하기 위한 새로운 시범 프로그램을 지난 9월 12일 발표했다. 전기 수직 이착륙 통합 파일럿 프로그램(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Integration Pilot Program, eIPP)으로 알려진 이 프로그램은 주 및 지방 정부, 민간 기업이 협업해 도시 항공 모빌리티의 안전한 운영을 위한 규정을 개발하고 시험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단거리 항공택시, 장거리 고정익 비행, 화물 및 물류, 비상 관리, 의료 수송 또는 해상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소 5개 이상의 시험 프로젝트가 포함될 예정이다. 해당 프로그램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적 확대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으며, 참여한 항공기는 완전한 FAA 인증 이전 단계에서도 일부 시장에서는 조기 운항이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해당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참여 희망자는 12월 11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하고 선정된 참가자는 3년 동안 규정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FAA의 파일럿 프로그램 발표 직후, Joby Aviation, Beta Technologies, Archer Aviation 등 주요 eVTOL 항공기 제조업체는 신속하게 참여 의사를 밝혔다.
주요 제조사의 eVTOL 상용화 추진 동향
대표적인 eVTOL 개발 회사인 Joby Aviation은 올해 8월, 캘리포니아 내 공공 공항 간 비행에 성공했다. 이번 비행은 Marina 공항에서 출발해 Monterey 공항까지 약 18.5km에 해당하는 거리를 12분간 비행했으며, 여기에는 항공 교통 간격 유지를 위한 대기 순환 비행 5분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항공 교통과의 연계 통제 시스템을 통한 다른 항공기들과 함께 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이 비행은 FAA 관제 공역 내에서 다른 항공기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실제 운항을 실시한 첫 사례로, 상용화 가능성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Joby 사는 이번 시험 운행에 앞서 수년에 걸쳐 4만 마일 이상의 비행 실적을 지속하며 상업용 에어택시 서비스 운영을 준비해 왔다. Joby 측은 이번 시험 비행의 성공은 실제 서비스를 위한 기술적 수준을 증명한 것이며, 향후 상업 서비스를 위한 준비 단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범 비행에서 사용된 Joby 사의 에어택시는 조종사가 탑승한 eVOTL 이다.
한편, Boeing 은 무인항공 택시 상업 비행을 추진하고 있다. Boeing의 항공택시 자회사인 Wisk Aerosms는 2030년까지 휴스턴,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등에서 무인항공 택시 상업 비행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Wisk의 모델은 조종사 없이 자동 운항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4인승 eVOTL로, 현재 FAA 및 지방 지자체와 함께 비행제어, 교통관리, 안전성 시험 등에 대해 협의 및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또한, 여러 도시의 항공 당국과 eVOTL을 위한 수직 이착륙장(vertiport) 설치 가능성도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에 소재한 마이애미 대학교와 마이애미-데이드 항공학과(Miami-Dade Aviation Department) 등과 협약을 체결해 마이애미 국제공항 및 기타 지역 공항의 vertiport 설립 지원을 받고 있다.
에어 택시 상용화를 위한 산업 간 협력 및 인수 움직임도 활발하다. 헬리콥터 운영사인 Bristow Group은 지난 6월, 영국의 eVOTL 제조사인 Vertical Aerospace와 제휴를 확대했다. Bristow는 항공 운항, 정비, 보험같이 기존 인프라를 공유하면서 초기 비용과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Vertical의 최신 모델인 VX4 수직이착륙 항공기를 구매해 에어택시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제휴는 eVTOL 사업자들이 자체 인프라 없이도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해주며, 운영 장벽 일부를 완화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기대된다(Reuters). 유사한 전략으로 Joby 사는 헬리콥터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Blade Air Mobility의 승객 사업 인수 계획을 지난 9월에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1억25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알려진 이번 계약으로 Joby는 Blade의 인프라 및 노선, 기존 고객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The New York Times). 한편, Joby는 Uber와 제휴해 2026년부터 Uber 앱을 통해서 헬리콥터 예약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향후 에어 택시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고객들은 Uber를 통해서 현재 육상 교통을 예약하듯이 에어택시도 예약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된(2025년 10월 4-5일) 국제 에어쇼에서 자사 기체 “Midnight”의 공개 비행을 마친 Archer Aviation은 United Airlines와 협력해 뉴욕 도심과 공항을 잇는 항공택시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올해 4월 발표했다. Archer는 4인승 항공기 Midnight를 활용해 맨해튼과 인근 공항을 연결함으로써, 차량을 이용할 때 1-2시간 걸리는 거리를 5-15분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United 항공사 측은 기존 항공 인프라를 활용해 공항에 수직 이착륙장을 건설하고, 도심에는 헬리패드를 설치할 계획이다. Archer의 CEO 애덤 골드스테인(Adam Goldstein)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헬리콥터 인프라와 규제 지원 그리고 강력한 수요를 바탕으로 뉴욕은 미국에서 항공택시의 첫 번째 시장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rcher는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 항공사인 Japan Airline과도 협약을 체결해 오사카 지역에서 Midnight 항공기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UAE 아부다비에서는 크루스 터미널을 활용한 복합형 수직 이착륙장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주요 도시의 수직 이착륙장(vertiport) 건설 추진 상황
eVTOL 운행을 위해서는 항공기 자체 뿐만 아니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vertiport와 터미널 등의 인프라 구축이 필수이다. 초기 vertiport는 기존의 헬리콥터 주차 인프라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로, Archer 사가 발표한 시범 노선의 경우, 뉴욕 맨해튼 지역의 병원 옥상 등에 있는 헬리터미널을 활용해 맨해튼 시내에서 뉴어크공항(EWR)을 연결한다. 시카고 또한 이미 도심에 있는 대형 헬리포트인 Vertiport Chicago를 활용할 수 있으며, Eve Air Mobility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2026년까지 본격적인 vertiport를 완성하기 위한 도시형 항공 모빌리티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주요 eVTOL 사업자들의 실증 비행 및 시범 노선이 자주 추진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는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LAX)과 다운타운 인근에 vertiport 부지를 선정했다. 특히, 2028년 올림픽 개최 시점까지 eVTOL을 통해 다운타운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기존 주차 시설을 vertiport로 개조하는 ‘스카이포트(Skyports)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플로리다와 조지아, 텍사스 등 남부 지역에서도 vertiport 인프라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Archer가 생산 시설을 구축해 지역 허브화를 추진하고 있는 조지아주의 경우는 주 차원의 제도 정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조지아 주의회가 vertiport 건설을 허용·촉진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주 교통부가 eVTOL 규제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정부가 적극적으로 eVTOL 관련 규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올랜도는 Lilium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vertiport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마이애미는 Uber사와 협력해 vertiport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텍사스주 달라스 또한 달라스-포트워스 공항(DFW)과 시 당국이 Uber와 협력해 공항에서 달라스 시내까지 이어지는 노선을 계획 중이다.
시사점
미국에서 에어택시 서비스가 실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몇 가지 있다. FAA 인증 및 항공 안전 규제 승인이 우선시돼야 하는데 eVTOL 같은 새로운 항공기 유형을 기존 항공 규제에 통합하는 것이 쉽지 않고, 비행 안전, 충돌 회피, 기상 조건 대응, 정비 및 운용 기준 등 기술과 규제 양쪽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연방정부 차원에서 상용화를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항공기 개발 뿐만 아니라 산업 간 협력 및 인수 등을 통해서 상업적 서비스를 위한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우리 기업들은 여러 분야에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eVOTL은 항공기 경량화 구조와 모터, 배터리, 열관리, 배터리팩 밸런싱 등 전통 항공과 자동차, 배터리 기술의 융합 제품을 필요로 하므로, 배터리, 전기구동, 정밀 부품 관련 우리 기업에 공급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vertiport의 고출력 충전과 에너지 관리를 위한 저장장치 설계 및 시공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전력 장치 기업들도 진출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통신 솔루션 관련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vertiport 설계 관련 건설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될 수 있으므로 관련 시장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장기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료: Axios, CBS News,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Flying Cars Market, Joby Aviation, Markets and Markets, Reuters, SMARTCITIESDIVE, The New York Times, KOTRA 애틀랜타무역관 자료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