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데이터 12배 증가 전망이 예고하는 인프라 대전환

머스크와 베이조스가 그리는 ‘우주 기반 AI 인프라’의 산업적 의미 주목

AI 시대가 초래한 새로운 인프라 위기

세계는 현재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인공지능 서비스, 스트리밍 플랫폼, 자율주행차, 전자상거래 물류 시스템, 위성 영상, 금융 시스템, 그리고 수십억 개의 IoT 기기가 만들어내는 정보량은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이다. 특히 대규모 AI 모델은 학습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할 뿐 아니라, 운영 단계에서도 엄청난 전력과 연산 자원을 요구한다. 산업통계 전문기관 스테티스타(Statista)는 글로벌 데이터 생성량이 2025년 175제타바이트(ZB)에서 2035년 2142제타바이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1제타바이트는 10²¹ 바이트로, 이는 넷플릭스 영화 400억 편에 해당하는 데이터양이란걸 감안하면, 이는 현재 수준에서 상상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수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존의 지상 데이터센터는 폭증하는 수요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은 중소 국가 전체 전력 사용량을 뛰어넘고 있으며, 냉각수 사용량 증가로 인해 환경 규제와 지역사회 반발도 심해지고 있다. 적합한 부지 확보 경쟁 역시 갈수록 치열해지고 전력망은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하며, 몇몇 지역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아예 취소되거나 허가가 보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력과 부지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 기존 데이터센터 방식으로는 AI 시대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이제 기업들은 기존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서 등장한 해답이 ‘우주 데이터센터’라는 개념이다.

 

우주가 제공하는 ‘지구에는 없는 조건’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대량으로 쓰며, 고효율 냉각 체계를 요구하고, 수요 증가 속도에 맞춰 빠르게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 지구에서는 이 조건들을 충족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우주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드문 환경이다.

 

가장 큰 장점은 24시간 지속되는 태양광 공급이다. 고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정 궤도에서는 기상 조건의 방해 없이 태양광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지상에서 태양광 발전이 가지는 ‘불규칙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은 에너지 비용이 급증하는 AI 시대에 매우 큰 매력이다.

 

냉각 효율 측면에서도 우주는 뛰어난 조건을 제공한다. 지상 데이터센터는 바이패스 냉각이나 액침 냉각 등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도 결국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주는 진공 상태이기 때문에 열을 방사(radiative)방식으로 우주 공간에 직접 방출할 수 있다. 이는 이론상 물 없이 작동하는 초고효율 냉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냉각 문제로 인한 지상 데이터 센터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우주의 사실상 무한한 공간이다. 지상에서는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가 지역 규제, 환경 등 수많은 문제로 인해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우주는 그러한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프라가 커질수록 주민 반발이나 지역 갈등이 심해지는 지상과 달리, 우주에서는 규모를 수십 배, 수백 배까지 확장하는 것이 이론상 가능하다.

 

Space X Starship/Starlink 기반의 ‘궤도 연산 네트워크’ 구축

미국의 기술 전문 매체 Ars Technica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는 향후 실제로 궤도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 개념을 단순한 실험이 아닌 적극적인 사업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의 구상은 단순히 서버를 우주에 올리는 단계를 넘어, 우주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연산 인프라로 전환하는 것에 가깝다.

 

머스크의 비전은 ‘스타링크(Starlink) + 스타십(Starship) + AI 인프라’ 세 가지 요소를 하나의 초대형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스타링크는 이미 6000기 이상의 위성을 통해 전 세계에 초저지연 저궤도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데이터 전송 지연을 최소화한 광통신(레이저 링크)을 도입해 성능을 강화하고 있다. 스타십은 초대형 화물을 반복적으로 저렴하게 발사할 수 있는 차세대 로켓으로, 향후 데이터센터 모듈 자체를 우주로 실어 나르는 ‘트럭’ 역할을 맡게 된다.

 

머스크는 “스타십이 상업적으로 완전히 안정화되면, 데이터센터 모듈을 우주로 올리는 비용은 지상 데이터센터 건립 비용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생긴다”라고 말한다. 이 구상은 그의 AI 회사인 xAI, 테슬라의 자율주행 네트워크, 스페이스X의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까지 연결되는 거대한 미래 전략의 핵심이다. 즉, 머스크는 우주 기반 AI 클러스터가 지상에서 운영되는 그 어떤 데이터센터보다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가 그리는 미래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역시 우주 데이터센터 가능성을 매우 현실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 언론사 U.S. News & World Report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탈리아의 한 테크 행사에서 “10~20년 후에는 우리가 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를 우주에서 운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1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라면 이는 인구 100만 명 정도의 도시 하나의 전력 소모량에 맞먹는 규모다.

 

베이조스의 논리는 머스크와는 조금 다르지만, 도달하려는 방향성은 동일하다. 그는 “지구의 자원은 한정돼 있지만, 우주는 사실상 무한하다”라고 강조한다. AI 시대가 요구하는 전력 및 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를 떠나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주장이다.

 

아마존은 이미 ‘Project Leo’를 통해 대규모 위성망 구축을 진행 중이며, 그의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은 재사용 로켓 New Glenn 개발을 진행 중이다. 베이조스의 장기적인 비전은 AWS 클라우드를 우주로 확장해, 세계 최대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의 지위를 넘어 우주 기반 인프라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

우주 데이터센터는 매력적인 비전이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기술적 장벽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우주의 강력한 방사선 환경으로, 서버 하드웨어가 장기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 또한 궤도를 떠도는 우주 쓰레기(데브리)의 충돌 위험은 시설의 안정성을 위협하며, 지상과 달리 신속한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모듈식 서버를 우주에서 유지 및 보수할 기술 역시 아직 부족한 단계다.

 

또한, 우주 환경에서 전체 시스템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도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고, 지구-우주 간 통신 지연(latency) 역시 실시간 처리가 중요한 일부 서비스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여기에 발사 비용의 변동성도 사업성 계산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켓 재사용 기술의 발전, 우주 로봇 개발, 고대역폭 레이저 통신, 모듈형 하드웨어 설계 등 관련 기술들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이러한 한계들은 점차 극복 가능한 문제로 평가되고 있다. 더 나아가 우주 태양광 발전, 궤도 위 조립/정비 로봇, 우주 기반 모듈 공장과 같은 혁신적 기술들도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어, 우주 데이터센터의 실현 가능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망 및 시사점

우주 데이터센터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실험이 아니라 데이터, AI, 클라우드, 통신, 로켓 산업이 하나로 엮이는 거대한 산업이다. 앞으로의 데이터 인프라는 지상에만 머물지 않고, 우주로 이어지는 다층 네트워크 구조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AI 모델이 더 고도화될수록 연산 인프라의 중요성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결국 이러한 인프라 경쟁은 국가 간 우주 기술 패권 경쟁과 기업 간 우주 인프라 경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KOTRA 로스앤젤레스무역관이 인터뷰한 투자 전문 컨설턴트 K는 “아마존, 테슬라, 그리고 스페이스X가 그리는 미래는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거나 클라우드 점유율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다. 이들이 바라보는 방향은 인류의 디지털 기반 전체를 ‘우주화’하는 것으로, 지상 인프라가 감당할 수 없는 AI 시대의 연산 수요를 우주로 옮기려는 전략적 전환”이라고 밝혔다.

 

지상 인프라가 에너지, 냉각, 토지 문제로 한계에 다다른 지금, 우주는 더 이상 공상 과학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가 누구보다 먼저 이 흐름을 읽고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기술에 주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폭증하는 데이터 시대에 새로운 해답을 찾기 위해 기업들은 우주를 차세대 인프라의 출발점으로 바라보며 본격적인 투자를 늘리고 있다. 결국 우주 데이터센터는 미래의 가능성 논의를 넘어, 2030~2040년대에는 실제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잠재력을 가진 선택지이며, 이것은 단순한 기술 도전이 아니라 새로운 글로벌 패권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출처 :  KO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