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관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관과 열띤 신기술 경연의 장 ‘유레카 파크’
– 기술의 중요성 더욱 커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CES의 존재감 여전히 커
지난 1월 초, 2년 만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오프라인 행사로 돌아온 글로벌 최대 IT·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2’의 주요 내용과 현장의 모습을 1·2편으로 나누어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있다. 이번 CES 2020 리뷰 2편에서는 KOTRA가 지원한 통합 한국관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관과 신기술 위주의 유레카 파크(Eureka Park)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
각양각색 국가관을 중심으로 한 신기술 경연의 장, 유레카 파크
넓디넓은 CES 전시장 중 가장 많은 혁신 기술이 한 자리에 집약돼 톡톡 튀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으로는 단연 Tech West의 Venetian Expo에 위치한 ‘유레카 파크(Eureka Park)’가 꼽힌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를 중심으로 한 메인 스테이지에 비해 각 참가 기업들의 규모는 훨씬 작지만, 유레카 파크는 참가 조건을 ‘일정 기간 내 출시한 신기술 보유 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는 만큼 신선한 기술을 적용한 흥미로운 제품들이 가장 많이 분포해 있다. 따라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바이어나 투자가들이 특히 주시하는 전시이며, 업계의 신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고자 하는 구성원들 및 매스컴의 주목 또한 많이 받는 CES의 대표 전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유레카 파크에서는 특히 다양한 모습의 국가관(Country Pavilion)을 다수 만나볼 수 있었는데, KOTRA 및 관계 기관들이 주관한 통합 한국관을 포함해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프랑스, 영국, 캐나다, 이스라엘, 홍콩, 인도, 대만, 일본, 태국 등이 참가했다.
우선 초록, 빨강, 흰색의 국기 색상을 테마로 한 깔끔한 이탈리아 국가관의 모습이 눈에 띄었고 네덜란드 국가관 또한 AI를 기반으로 한 향수 제조 플랫폼으로 인상적이었다. 국가적인 스타트업 지원 정부 부처 ‘La French Tech’로 매년 CES에 참가하는 프랑스 국가관도 반가웠으며 스위스, 대만, 이스라엘의 국가관 역시 정돈된 분위기의 전시로 눈길을 끌었다.
<왼쪽부터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대만 국가관의 모습>
올해는 특히 영국과 일본 국가관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영국은 인간과 가장 흡사하다고 알려진 휴머노이드 로봇 ‘Ameca’의 전시로 참관객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물론이고 몸의 회전이나 팔 동작과 같은 제스쳐와 얼굴 표정까지 사람과 너무 흡사해 많은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한 짓궂은 관람객이 “아버지는 무얼 하시냐”는 질문을 던지자 “아버지가 없다, 로봇들은 가족 관계가 전혀 없다”고 두 팔을 으쓱하며 대답하는 모습에 필자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스타트업 기업들 위주로 구성된 일본 국가관의 ‘플라잉 카(Flying car)’, 즉 1인용 콤팩트 수직이착륙 전기 차량(eVTOL) 역시 전 세계 언론 및 참관객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사람과 매우 흡사한 영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Ameca’>
<일본 국가관의 플라잉 카 전시 현장>
통합 한국관 현장 속으로
팬데믹의 기세로 인해 완전히 온라인으로 치러진 작년 행사를 뒤로하고 올해는 KOTRA가 이끄는 통합 한국관이 2년 만에 오프라인 전시로 돌아왔다. KOTRA는 총 78개 한국 기업들(유레카관 참가 60개사)의 CES 참가 전반을 지원한 가운데 8개의 다양한 국내 기관에서 모집된 총 200여 개 한국 기업들이 통합 한국관의 이름으로 CES에 함께 참여해 훌륭한 우리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를 가졌다. 한국관은 유레카 파크 내에서도 풋 트래픽(Foot traffic)이 많은 중심부 및 접근성이 높은 곳들에 위치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고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깔끔한 부스와 스테이지·디스플레이 공간·편안한 라운지 등이 함께 구성돼 다양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유레카 파크 내 곳곳에 위치한 통합 한국관의 모습>
특히 눈길을 끈 통합 한국관의 제품들을 살펴보자면, 우선 깔끔하고 귀여운 비주얼로 참관객들의 관심을 끈 ‘Rollingseeds’를 들 수 있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등과 연동해 숫자나 알파벳과 관련된 교육적인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따로 또 같이 즐기는 직관적인 이 에듀테인먼트 제품은 다양한 업계 구성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음으로는 멋진 외관과 감각적인 컬러로 시선을 사로잡은 ‘Mohenic Motors’의 중형 전기 바이크로, 전기 킥보드나 소형 전기 바이크는 익숙했던 것에 반해 이러한 중형 전기 오토바이의 전시는 매우 참신하게 느껴졌다. 이외에도 스마트폰 카메라와 앱을 이용해 구강 내 상태를 체크해주는 AI 기반의 플랫폼을 선보인 ‘QTT’, 사용자의 자세를 분석해 자연스럽게 거북목 교정에 도움을 주는 모니터 스탠드 제품으로 주목받은 ‘Dot Heal’, 소비자가 직접 채소를 가꾸고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스마트팜 쇼케이스를 전시한 ‘GSF System’ 등도 인상적이었다.
<왼쪽부터 Rollingseeds와 Mohenic Motors의 전시 모습>
이번 CES에는 통합 한국관을 포함해 역대급으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참여한 만큼, 오랜만에 돌아온 오프라인 전시 행사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행사 직전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으로 갑자기 악화된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CES 대면 행사 방문을 예정했던 많은 업계 구성원들의 계획에 큰 지장을 주었고 그에 따라 바이어들을 포함한 전체 참관객 규모는 예상보다 상당히 줄어들고 통합 한국관 방문객 역시 예년보다는 많이 축소되었다. 그러나 참가기업 및 관계자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유동 인구가 많은 공간에 위치한 통합 한국관은 비교적 많은 방문객을 유치했고 축소된 방문 규모에 비해 바이어들의 관심 역시 2년 전 오프라인 행사 때만큼이나 뜨거웠다. 또한 통합 한국관 내에 CES 혁신상을 수상한 기업들도 다수 포함돼 매스컴과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도 컸다. 통합 한국관을 찾은 주요 바이어들에게 특히 많은 관심을 얻은 분야로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인공지능(AI) 등의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 분야, 디지털 헬스 테크 및 피트니스·웰니스·웨어러블 제품 분야, 사물인터넷(IoT) 및 스마트홈 분야 등이 꼽힌다.
그 외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기술’로 시선을 사로잡은 기업들
유레카 파크의 전시 참가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유레카 파크 출신의 성장 중인 기업들이나 주력 제품 및 기술이 확실히 자리 잡혀 안정적인 비즈니스에 접어든 많은 기업들은 유레카 파크를 벗어난 다양한 전시 공간 곳곳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톡톡 튀는 라이프 스타일 기술로 시선을 사로잡은 다양한 기업들을 다시 한 번 만나 본다.
우선 팬데믹의 여파로 실내 생활이 증가함에 따라 니즈가 급증한 스마트 스포츠용품과 건강관리 분야의 신선한 제품들이 돋보였다. 사이클링이나 러닝머신보다 더 유연하고 가벼우면서도 관절에 무리는 덜 주는 노 젓는 방식의 운동기기 ‘로워 머신(Rower machine)’을 선보인 기업 ‘Hydrow’,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한 복싱 트레이닝 제품으로 주목받은 ‘Liteboxer’,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어 주는 마사지 제품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Bodyfriend’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왼쪽부터 Hydrow, Liteboxer, Bodyfriend의 전시 모습>
그 어느 때보다 신체 및 정신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멘탈 케어 전문 기기로 수많은 바이어들의 러브콜을 받은 한국 기업 ‘아이메디신(iMediSync)’ 또한 인상적이었다. 헬멧을 연상시키는 아이메디신의 뇌파 측정 및 케어기기는 10분 만에 건식으로 뇌파를 측정하며, AI를 기반으로 뇌파를 자동 분석해 인지 장애나 치매 등의 뇌 질환 조기 진단에 도움을 주는 혁신적인 제품이다. 제품을 직접 착용해 뇌파를 진단해보려는 참관객들로 붐볐던 아이메디신의 관계자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번 CES에 참가해 글로벌 기업들을 포함한 다수의 바이어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AI 기반 뇌파 측정 및 케어 기기로 주목받은 iMediSync의 전시 현장>
그 외에 다양한 스마트 반려동물용품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반려동물의 기본적인 건강 상태와 생활·수면 패턴 등을 모니터링하고 위치 추적 기능까지 제공하는 각종 스마트 반려동물 목걸이(Smart collars) 제품들, 반려묘 인구라면 주목할 스마트 고양이 화장실, 아주 가벼운 자극으로 반려동물이 가상의 경계(Geofence)를 이탈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제품 등 많은 펫 테크(Pet Tech) 제품들이 관심을 받았다.
<왼쪽부터 PurrSong, Whisker의 스마트 반려묘 화장실 제품>
의의 및 시사점
팬데믹의 여파로 100% 온라인으로 진행된 작년의 CES 2021은 많은 기업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만큼 많은 기업들이 이번 오프라인 행사로의 귀환을 기다려왔으며, 기대도 컸다. 비록 행사 직전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팬데믹 상황이 악화되면서 대면 참관객 규모가 기존의 ¼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나 실제로 보고 듣고 느끼는 전시회의 묘미를 기다려온 많은 업계 구성원들이 방문한 이번 CES 2022의 대면 행사는 여전히 그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CES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CES에 등록한 참관객들 중 약 55%가 기업의 대표, 임원, 디렉터 등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시니어 레벨이며 Fortune 글로벌 500 리스트에 속한 기업들 중 절반에 가까운 210개 기업이 CES에 등록했다. 이와 같이 CES는 여전히 전 세계 유수의 기업 구성원들이 찾는 중요한 행사이며, 평상시에는 기회를 얻기 어려운 각종 네트워킹이 실현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CES의 주최사 CTA(미국 소비자 기술협회)의 대표이자 최고경영자인 Gary Shapiro는 기조연설에서 자율성·접근성·지속가능성을 핵심 기술 트렌드로 꼽으며 “기술은 우리로 하여금 삶에 대한 큰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현재와 같이 외로움과 사회적 격리가 연속되는 시기에 우리가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바와 같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팬데믹 시대에 기술과 혁신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지며 우리 삶에서의 영향력 역시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CES는 매년 초 그해의 기술 흐름을 예측하고 보여주는 의미 있는 행사인 만큼,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CES에서 찾을 수 있는 글로벌 기술 시장의 트렌드와 인사이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자료: CES 공식 웹사이트, CTA 웹사이트,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