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적용 제품·서비스 확대되며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
– 글로벌 ICT 기업도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경쟁에 합류, 밸류체인 다각화
– 인공지능 반도체 부문 벤처캐피털 자금 유입, 스타트업의 진출도 활발
인공지능 반도체와 시장의 흐름
인공지능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의 일종이며, “학습∙추론 등 인공지능 서비스 구현이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높은 성능, 높은 전력 효율로 실행하는 반도체”로써 인공지능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고 빅데이터 분석, IoT, 자율주행자동차, 디지털 헬스 등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 확대되면서 학습∙추론의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바 미국을 비롯한 기술 선도국은 인공지능 반도체를 미래 신산업의 핵심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기존 반도체와 인공지능 반도체의 비교>
인공지능 반도체는 아키텍처 구조, 서비스 플랫폼, 기술구현 방식 등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되며 일반적으로는 GPU, FPGA, ASIC부터 최근의 뉴로모픽 칩(Neuromorphic Chips)까지 포괄한다.
<인공지능 반도체 구분>
GPU(Graphical Processing Unit)는 동시 계산 요구량이 많은 그래픽 영상 처리를 위해 고안된 병렬처리 기반 반도체로 수천 개의 코어가 탑재돼 대규모 데이터 연산 시 CPU 대비 성능이 우수한 장점이 있다.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s)는 회로 재구성 프로그래밍을 통해 용도에 맞게 최적화하여 변경이 가능한 반도체로써 활용 목적에 따라 높은 유연성이 특징이며,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s)는 특정 용도에 맞도록 제작된 주문형 반도체로 가장 빠른 속도와 높은 에너지 효율이 특징이다. 한편, 뉴로모픽 반도체는 기존 반도체 구조가 아닌 인간의 뇌(뉴런-시냅스 구조)를 모방해 연산처리·저장·통신 기능을 융합한, 가장 진화한 형태의 반도체 기술로써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로 불리기도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artner는 현재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는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50개 이상이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산업이 향후 더욱 확장됨에 따라 인공지능 반도체 매출은 2020년 230억 달러에서 2025년 7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 반도체 매출 전망>
미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동향과 주요 기업들 동향
인공지능 반도체는 기존의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반도체 설계 및 제조)와 인공지능 생태계(인공지능 제품 및 서비스 제공)가 융합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면서 시장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데이터 센터용과 엣지 디바이스 용으로 시장이 세분화돼 경쟁 중에 있다.
먼저 데이터 센터용은 CPU와 GPU를 기반으로 엔비디아와 인텔이 시장을 주도하며 특히 AWS(아마존 웹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IBM, 구글로 대표되는 4대 클라우드 서비스에 사용되는 인공지능 가속기의 97%는 엔비디아가 점유하고 있다. 엣지 디바이스용은 대표적으로 적용되는 분야가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자동차로서, 구글, 퀄컴, 테슬라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GPU분야는 엔비디아와 AMD, FPGA는 인텔과 AMD, ASIC은 구글, 뉴로모픽에서는 IBM과 인텔이 강점을 갖고 있으며 현재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출시한 인공지능 반도체 제품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미국 주요 기업들이 최근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인공지능 반도체 제품>
GPU는 게임과 같이 복잡한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됐으나 여러 명령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병렬 처리 구조를 가진 덕분에 머신 러닝·딥 러닝에서 요구하는 방대한 데이터 연산처리능력을 보이면서 처음으로 인공지능 반도체의 가능성을 열었다. 주요 기업은 미국의 엔비디아와 AMD이다. 엔비디아는 데이터 센터에 최적화된 GPU를 개발해 현재까지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맹활약 중이다. 또한 엔비디아는 자사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토대로 인공지능 반도체를 적용하는 산업별 기업들, 구체적으로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HP·IBM·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협력 R&D를 추진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자동차용 인공지능 반도체인 Xavier를 개발한 이후 자동차 OEM과 미래 자동차 개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AMD는 2022년 2월 14일, 490억 달러 규모의 자일링스(Xilinx) 인수를 완료하고 슈퍼 컴퓨팅, 그래픽, 적응형 SoC 포트폴리오를 확보함으로써 클라우드, 에지 및 지능형 컴퓨팅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FPGA는 특정 목적에 맞춰 기계학습을 통해 최적화된 학습 모델의 출력 값을 빠르게 계산하는 인공지능 추론 서비스 구현에 적합한 인공지능 반도체로, 주요 기업은 미국의 인텔·AMD이다. AMD는 FPGA 시장을 선도하고 있던 자일링스를 인수함으로써 VIRTEX를 비롯한 다양한 FPGA 제품군을 확보하게 되었다. 인텔은 인공지능 특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형 FPGA와 통합형 FPGA(FPGA-CPU)를 제공하고 있다.
ASIC은 애플리케이션의 특성에 적합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범용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대신 특정 목적으로 제작된 주문형 반도체로서 속도가 빠르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 각광받고 있다. 이에 인텔과 같은 기존의 반도체 업체 이외에 구글, 테슬라, 애플과 같은 글로벌 ICT 기업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내장된 ASIC 칩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추세다. 구글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데이터 분석과 딥 러닝을 위한 TPU(Tensor Processing Unit) 1세대를 출시한 이후 ASIC 형식 인공지능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최근 구글 클라우드는 인텔과 ASIC 기반 IPU를 개발하기 위해 파트너 관계를 맺고 데이터센터 칩을 타사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 역시 완전자율주행차량에 탑재되는 인공지능 반도체 FSD(Full Self Driving) computer를 자체적으로 설계·개발하고 해당 반도체를 자사 차량에 장착해 출시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자금 유입, 스타트업의 진출도 활발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자동차 부문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워크로드를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서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벤처캐피털 자금도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 무서운 속도로 유입되고 있다. Pitchbook에서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1분기에만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반도체 제조업체에 17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으며, 해당 수치는 2017년 1~4분기 전체 해당 분야에 유입된 자금의 총합보다 많다.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반도체 분야로 유입된 벤처캐피털 규모>
(단위: US$ 백만)
한편 미국에서는 우수한 반도체 설계인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요 스타트업으로는 실리콘밸리 지역에 기반한 Cerebras, Mythic, Groq, Esperanto Technologies, SambaNova Systems, EdgeQ, 그리고 샌디에고 지역에 기반한 Kneron 등이 있다. 실리콘밸리 지역에 기반한 중견 VC 기업은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는 신생 기업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으며, 모바일 및 기타 임베디드 컴퓨팅 용도의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로 벤처 캐피탈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의 주요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스타트업>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그간 소프트웨어와 IT 기업에 집중해 온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리스트들이 신생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SambaNova는 2021년 4월에만 6억7600만 달러를, Groq는 3억 달러를 모금한 사실을 전했고, 두 회사의 CEO가 인공지능 반도체 부문에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자금 조달 라운드가 예상보다 많았다는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시사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주요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향후에도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와 동시에 자동차·소프트웨어 업체와 같은 비반도체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능을 개선하고 서버 운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용도로 직접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거나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신생 스타트업이 빠르게 시장에 진출하는 추세가 지속되면서 시장 경쟁이 다각화되고 기존의 밸류 체인도 변화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반도체 부문이 아직 초기 단계의 시장이므로,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한국 반도체 산업을 시스템 반도체로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로 보고있다. 한국이 향후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설계 전문 기업(팹리스) 및 글로벌 ICT 기업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적극적으로 글로벌 밸류 체인을 활용함이 바람직하다. 또한 인공지능 반도체(하드웨어)와 인공지능이 적용된 플랫폼(소프트웨어)을 함께 개발해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의 중요성도 논의되고 있는 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우리 기업이라면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자료: Deloitte, Gartner, ETRI, Pitchbook, Reuters, Market and Market, IITP, CRN, Crunchbase,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