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움 제공한 시간만큼 ‘시간화폐’로 적립, 나에게 필요한 도움 받을 때 사용 신(新)품앗이
– 9일부터 4개 거점서 시범사업…내년 자체 온라인 플랫폼 구축해 서울 전역 확대
–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디지털 대전환 대응해 시민참여 기반 대도시형 공동체 모델로
□ 서울시가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써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내가 쓴 시간만큼 ‘시간화폐’를 적립해 나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을 때 사용하는 신개념 품앗이 ‘서울시간은행’을 시작한다.
○ ‘서울시간은행’은 미국에서 도입돼 현재 영국, 호주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타임뱅크 미국에서 도입(에드거 칸, 1980년대)된 개념으로, ‘모든 사람의 시간은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는 철학에 입각하여 공익적 활동을 시간 단위의 ‘시간화폐’로 기록·저장·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상호 호혜적 시민활동 확산에 기여
’ 방식을 차용했다. 다른 회원에게 도움을 제공하면 활동시간 만큼 시간화폐(Timepay, 타임페이)를 적립하고, 적립된 시간화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타임뱅크’를 도입한 다른 국가‧도시중 일부에서는 기부나 별도로 지정된 사용처에서도 시간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활성화된 곳도 있다.
□ ‘서울시간은행’은 간단한 집수리부터 카풀, 반찬 나눔, 반려동물 산책 같이 거의 대부분의 일상적인 도움 주고받기에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드리고 시간화폐를 적립한 대학생이 나중에 자취방 이삿짐 나르기나 자전거 수리 같은 도움이 필요할 때 시간화폐를 사용하는 식이다.
□ 서울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서울시간은행’을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해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하고 공공복지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대도시형 공동체 모델로 만들어간다는 목표다.
○ 최근 전통적 의미의 가족과 지역공동체가 급속히 해체되면서 서울에 사는 10가구 중 3가구 이상이 1인가구(34.9%)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 도시정책지표조사(’20년 기준)에 따르면 ‘어려울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는 서울시민이 21.8%일 정도로 외로운 사회가 됐다. 고립된 개인이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공공에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양적·질적으로 증가하는 공공서비스 수요를 공적 재정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 시는 ‘서울시간은행’이라는 방식으로 시민 주도의 상호호혜적 관계망 구축과 건강하고 견고한 공동체 형성을 유도해 소외‧고립으로 인한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시는 우선 올해 4개 거점(지점)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연말까지 민간 전문기관을 통해 사업 효과를 분석‧검증한다. 2023년에는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런칭하고 서울 전역으로 확대해 본 사업에 돌입한다.
□ 시범사업은 9일(월)부터 네이버 카페 ‘서울시간은행’을 통해 순차적으로 시작한다. 14세 이상 서울시민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시범사업이 추진되는 4개 거점별로 코디네이터가 배치돼 활동 수요‧공급 매칭, 시간화폐 적립‧사용 등을 지원한다.
□ 시는 시범사업에 앞서 3개 유형(▴기관자원연계형 ▴생활권기반형 ▴문제해결형) 6개 운영모델을 도출했으며, 은행 지점 개념의 4개 거점(①국민대-정릉 ②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방학2동 ③타임뱅크하우스-홍은동 ④서울시청)에 적용해 추진한다.
○ ①국민대-정릉지점에서는 기관자원연계형 가운데 대학연계모델이, ②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점에서는 기관자원연계형 가운데 공간연계모델이 각각 추진된다. ③타임뱅크하우스지점에서는 생활권기반형 중 지역거점모델과 문제해결형 중 노노케어모델 2가지가 함께 운영된다. ④서울시청지점에서는 생활권기반형 중 직장기반모델과 문제해결형 중 아이돌봄 2가지가 함께 운영된다.
○ 다양한 국내외 타임뱅크 사례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대학교, 공유공간, 복지관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대도시 서울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각 유형별로 활성화를 유도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전 영역으로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①국민대-정릉지점 : 대학생과 지역주민 상생발전 위한 대학연계모델…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 ‘국민대-정릉지점’에서는 국민대학교 학생들과 정릉동 일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다. 학생들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그간 이론으로 학습한 사회적가치 창출에 참여하는 기회를, 지역주민들은 대학자원을 활용할 기회를 각각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학교와 지역주민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동체임을 인식하고 지역과 대학이 함께 발전하는 상생모델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고자 한다.
○ 지역 어르신들이 어려워하는 물품조립법·디지털기기활용법·운동방법 코칭 등 일상생활 도움을 요청하면, 요청받은 학생들이 도움을 제공한다. 학생들도 주민들에게 자취방 정리정돈·밑반찬 나눔·창업 노하우 등 소소하지만 유용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 등 지역상생활동과 시간은행활동을 연결, 확장해가는 것은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기획·지원한다.
○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수탁기관인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에서도 산하 단체인 ‘행복나눔 가피봉사단’을 통해 배밭골 주민의 집수리 활동을 지원하는 등 국민대-정릉지점 활동에 적극 동참할 예정이다.
○ 국민대학교는 ‘사회가치 창출을 위한 산학협력 선도대학’이라는 비전하에 학교와 지역의 상생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특히,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단장 오하령)의 ‘LINC+사업단’ 중심으로 지역시장 홍보영상제작 온라인 공모전을 열어 재학생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대학교는 그간의 상생활동 경험과 지역자원을 연계해 서울시간은행 운영에 서울시와 협력한다.
○ 정릉시장상인회, 배밭골마을협의회, 정릉3동 주민자치회 등 정릉동 인근의 주민들은 이미 7년째 마을축제, 대학생 명예 주민자치위원장 위촉, 산신제 등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학생들과 여러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한 경험이 있어 ‘서울시간은행’ 사업으로 이러한 교류가 일상적으로 지속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②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점 : 세대 구분없는 종합 커뮤니티 케어 중심 공간연계모델…호혜활동 선순환 기대>
□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점’(도봉구 방학2동)은 어르신, 어린이, 청소년, 중장년층, 가정주부 등 전 세대가 이용하는 공간인 특성을 살려 세대를 넘나들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세대통합형’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이웃 간 도움 교환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만큼, 이번 서울시간은행 시범사업을 계기로 공동체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 복지관 이용 어르신의 요청으로 인근 스마트폰 가게 운영주민이 스마트폰 이용법을 알려주면 이를 시간단위로 환산해 시간화폐로 지급받는다. 적립된 시간화폐를 사용해 우천시 자녀의 학교에 우산을 대신 가져다주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어르신에서 시작한 도움이 자녀세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도움을 받은 학생이 다시 어르신에게 말벗 도움을 드리는 등 활동이 순환하고 세대를 넘나드는 포괄적 커뮤니티 연결망이 생긴다.
○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단장 : 한상진)은 이미 2020년부터 서로나눔 품앗이 활동인 ‘품-ⓘ(품아이)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근에 산돌마을활력소, 숲속마을활력소 등 커뮤니티공간이 풍부해 이를 접목한 공간연계형 상호호혜 활동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③타임뱅크하우스지점 : 노인인구多 홍은동서 ‘노노케어’ 활동 중심으로 자기 효능감 높이고 관계망 확장>
□ ‘타임뱅크하우스지점’은 노인인구가 가장 많은 홍은동에 위치하고 있어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일명 ‘노노(老老)케어’ 활동을 중심으로 노인의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고립된 관계망을 확장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비영리법인 (사)타임뱅크코리아가 주요 협력기관으로 참여하며, 6월 중 홍은동 포방터시장 내에 시간은행 활동 거점공간인 ‘타임뱅크하우스’를 개소할 예정이다.
○ ‘타임뱅크하우스지점’에서는 ‘노노(老老)케어’의 구체적 활동으로 서로배움교실’을 운영한다. 노인 한 명이 요청을 받아 탁구·게이트볼 등 생활체육을 1시간 코칭해주면 이를 시간화폐로 적립하고, 이를 사용해 동료 노인에게 자기 집 화단가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인 간 서로배움 교실을 통해 비슷한 연령대의 동네주민이 서로 ‘얼굴보고 안부묻기’를 할 수 있어 외로움과 고립감 해소를 기대할 수 있고, 노년층의 자기효능감도 높일 수 있다.
○ 또한 기존에 발달장애인 중심의 플로깅 활동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활동도 계속된다. 도움받는 존재로만 인식되어오던 장애인과 노인들이 이웃에게 도움 주는 활동으로 자신의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게 되는 것 자체가 큰 변화다.
○ (사)타임뱅크코리아(대표 : 손서락)는 국내에서 ‘타임뱅크’ 확산을 위해 연구와 교육, 기업협력 등을 해온 비영리법인으로, 2017년 설립됐다. 구미, 춘천, 가평 등 타임뱅크 리더교육을 추진하고 중국, 영국, 미국 등 세계 40개국 타임뱅크와의 교류에도 활발하게 참여 중인 기관이다.
<④서울시청지점 : 시 공무원 대상 아이돌봄, 카풀 등 서로도움으로 안정적 직장공동체 형성 기대>
□ ‘서울시청지점’은 같은 직장 동료라는 기존 신뢰 관계에 기반한 모델로, 일과 육아의 병행을 돕는 아이돌봄 활동에 많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집 등하원 카풀, 주말 육아 품앗이 등의 활동부터 카풀, 1:1멘토링, 업무 노하우 공유, 물품 대여 등의 일상적 도움까지 확장 가능하다.
○ 이를 통해 직원 간 상호 호혜적 네트워킹이 활발해지면 직장생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일과 생활이 균형 잡힌 건강한 직장문화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직장 내 타임뱅크의 도입이 업무생산성 향상에 효과가 있었던 미국 스탠포드병원의 사례처럼 ‘서울시청지점’ 모델이 활성화될 경우 타 지자체나 민간기업으로도 하나의 직장공동체 문화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까지 민간 전문기관을 통해 시범사업 효과를 분석·검증하고 2023년까지 ‘서울시간은행’ 사업을 전(全)지역ㆍ전(全)영역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공의 신뢰성을 담보하면서 당근마켓 같은 민간의 거래 앱 같은 편의성을 갖춘 전용 온라인 플랫폼도 런칭할 계획이다.
○ 시범사업에서는 모델별 핵심자원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참여시민들의 사업 이해도가 높아지는 2023년에는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일상 속 활동 전반에 시간은행 방식을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 또한, 일일이 사람 손으로 기록‧관리하는 활동 및 시간화폐 거래내역을 ‘서울시간은행’ 플랫폼에 단계적으로 디지털화해 시민들의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 한편, 서울시는 2일(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주요 기관과의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발대식을 개최했다.
○ 이 자리에는 서울시, (사)타임뱅크코리아,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 도봉구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등 총 5개 기관이 참석하여 협약서 서명, 공동의 ‘다짐과 약속’ 낭독 등 서울시간은행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협력의 의지를 다졌다.
□ 이원목 서울시 시민협력국장은 “개개인의 고립과 외로움 해소와 함께 현대 대도시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서도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모델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울시간은행이 참여확대와 신뢰회복으로 자발적이고 호혜적인 상생도시 서울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노력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