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이후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하노버 산업박람회
전시회 개요
[자료: 전시회 홈페이지 요약]
전시회 소개
세계 최대 산업 기술 전시회이자 4차 산업혁명의 발원지로 불리는 하노버 산업박람회가 올해 75회째로 개최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2020년은 취소됐고 2021년은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올해도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형태로 준비되어 기존 전시회의 절반 규모로 개최됐지만 3년 만에 오프라인 부스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전시회에는 총 60개국에서 2,500여 개 기업이 참가하여 약 8,000여 개 제품을 전시했다. 지멘스, SAP, 보쉬 등 독일 대표 기업을 포함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도 단독 부스를 마련했다. 한국 기업은 한국관 참가 기업 29개사를 포함하여 총 40개사가 참가했다.
또 나흘간 오프라인 부스에만 약 75,000명의 참관객이 직접 방문했고, 온라인 부스로는 15,000명이 참여하여 총 90,000명의 참관객이 하노버 메세에 참여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하노버 산업박람회 전시장 전경>
[자료: 무역관 자체촬영]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지난 2011년 독일 정부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더스트리 4.0’을 발표한 전시회로 전 세계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이목을 끄는 대표 전시회다. 제조업의 완전한 자동화 체계를 구축하고 생산 과정의 효율을 높이는 정책을 포함하여 스마트 공장,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촉진시켜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러한 명성에 맞게 이번 전시회에도 총 11개 홀에 걸쳐 관련 기술력을 뽐내는 대규모 전시부스가 조성되었다.
전시장 곳곳에서 컨퍼런스와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주제별로 각 홀이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수소, 에너지, 로봇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단에 서서 컨퍼런스와 세미나를 진행했다. 주제는 시간대별로 각기 달랐고, 기본적으로 약 1시간-2시간 정도 진행됐다. 부스를 지나가다가 세미나에 참석하여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는 참관객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올해 포르투갈이 동반국가로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매년 동반국가를 지정하여 별도로 대규모 전시부스를 마련한다. 동반국가로 선정되면 양국 간 정상급 회담을 추진하고 전시 혜택이나 참여 기업들의 홍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특히, 4차 산업 기술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제조 강국 독일과 교역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국가들의 인기가 많다. 한국도 지난 2009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하노버 산업박람회 전시장 전경>
[자료: 무역관 자체촬영]
이 밖에 이탈리아는 상공회의소에서 대표로 참가했고 한국을 비롯한 미국,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네덜란드, 중국 등도 단체관을 꾸려 참가했다.
전시회 트렌드
올해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산업 대전환’을 대주제,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을 세부 주제로 삼고 ①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② 탈탄소화 ③ 수소 및 연료전지 ④ 인더스트리 4.0 ⑤ 사이버 보안 ⑥ 물류 4.0 ⑦ 디지털 플랫폼까지 총 일곱 가지 산업 트렌드를 제시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기조 연설을 한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탄소 중립 등 친환경 기술에 대해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2030년까지 독일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며 “디지털·그린 전환과 관련한 시험·인증 등 행정 절차에 드는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언급했다. 제품에 대한 인증 제도를 대폭 개선해 ‘제조 혁신’ 기술과 ‘그린에너지 기술’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계, 전기·전자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선 연구개발 세제 혜택과 지원책을 예고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 기조연설>
[자료: 독일연방정부 홈페이지]
이어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로버트 하벡 장관도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기술들만 봐도 현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환경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환경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전시회를 통해 탈탄소, 친환경을 실현하기 위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독일 하노버 전시당국 요한 쾨클러 이사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소통할 수 있는 전시회를 다시 열게 되어 기쁘다“며 “기후변화, 인플레이션, 글로벌 공급망 대란 등의 혼란 속에서도 정치·산업·학계 등 여러 분야의 참관객들 덕분에 전시회가 성공리에 개최됐다”고 평가했다.
또 쾨클러 이사는 “하노버 메세를 통해 소개된 신기술과 디지털화 트렌드는 현재 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소하는 해결책을 제시해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제 전시회에서도 그린테크를 주제로 다양한 친환경 기술들을 볼 수 있었다. 독일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기업 SAP는 탄소발자국 계산, 순환경제 지원, 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지원 등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이미 탄소중립을 실현했다고 밝힌 독일 제조업체 보쉬는 에너지 절감 기술, 그린에너지 발전 기술 등을 공개했다. 재생에너지 저장 기술의 핵심인 수전해 기술 등 그린수소 생산기술과 석유 대신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동력기관인 차세대 엔진을 출품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AI 기술이 적용된 자동화 사례도 볼 수 있었다. 독일 제조 자동화 전문기업 페스토는 비행 드론을 이용한 공장 설비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을 출품했다. 드론이 매우 비좁은 공장 설비 사이를 비행하며 촬영한 영상을 5G 통신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는 기술로 눈길을 끌었다.
실제 한국관에 참여한 R기업 세일즈 담당자는 인터뷰에서 “드론, 로봇 등의 기술이 일반 제조산업에서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며 “4차 산업기술이 멀게 느껴지지만, 우리 일상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노버 산업박람회 전시장 전경>
[자료: 무역관 자체촬영]
이번 하노버 산업박람회에 대해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글로벌 경제가 급변하고 기후변화와 자원 부족이 심화하고 있으며 물가가 급등하는 현 세계에서 기술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시사점
4차 산업혁명의 발원지라고 불리는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전 세계 기술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다. 또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만큼 전시회 개최 첫째 날과 둘째 날은 구름 인파가 몰렸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탈탄소, 에너지 절감, 기후 변화 등 친환경이 핵심 키워드였다. 전체 11개 홀 모두 친환경 관련 기술과 기업들이 상주해 있었고 각 홀마다 관련 세미나,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실제 독일은 2045년까지 탄소 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자는 목표인 ‘Fit for 55’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55% 감축)보다 5년이나 줄였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탄소 배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EU는 최근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성능 표준 개정안을 통과했다. 친환경 정책 도입의 선두 주자인 독일이 먼저 치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이처럼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국내 산업계도 친환경 기술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경종을 울렸다. 비단 스마트 팩토리·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 기술이 기업 운영 측면에서의 효율성 제고뿐만 아니라 추후 미래 먹거리 사업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 ESG 경영이 대세로 떠오른 지금 친환경과 경제적 파급 효과도 같이 기대할 수 있는 하노버 산업박람회와 관련 산업·기술 동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