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화된 도시는 다양한 도시 이슈를 해결하고 시민들의 삶을 더 편리하고 효율화하는 데 일조했다. 일례로 스마트시티의 모든 곳에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키오스크는 인건비 절감, 시간 단축, 감염병에 대응한 비대면 강화 등 많은 장점을 선보였다. 하지만 편의성과 효율화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기술의 발전이 누군가에게는 소외감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면 터치가 어려운 시각장애인이나 화면 전환을 잘 구분하기 어려운 고령층, 화면이 높아서 사용할 수 없는 휠체어 사용자나 어린이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자신을 스스로 디지털 문맹이라고 여기는 사람들까지 고려한다면 첨단·디지털 기술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시티가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도시인지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
그러나 여전히 스마트시티는 우리 도시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최고의 해법 중 하나다. 우리가 지금까지 스마트시티에 대해 가져왔던 철학과 핵심 가치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첨단 기술을 맹목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기술 발전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나아가는 ‘포용형 스마트시티’를 통해 디지털 소외계층에게도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 먼저 등장한 포용적인 스마트시티의 개념은 핀란드, 미국, 스페인 등의 주요국에서 실행되고 있었다. 일례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는 스마트시티 설계 단계부터 청소년 돌봄과 디지털 보건의료 서비스를 기획해 구현했고, 핀란드 헬싱키는 공공데이터를 개방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 스퀘어’를 통해 포용적 스마트시티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에서도 관련 사례가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편리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교통 서비스’를 골자로 하는 스마트시티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스마트시티의 모습을 대변한다. 배리어프리 내비게이션, 스테이션, 승차공유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시청각·지체 장애인들이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교통약자 맞춤형 편의시설을 갖춘 정류장에서 무상 카풀, 수요 응답형 교통, 택시 동승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금까지 스마트시티라는 단어는 다소 세련된 곳을 뜻하고 있어 일반 대중에게 친근한 단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부산의 사례가 보여주듯 스마트시티가 담아가야 할 공간과 시민에 대한 철학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고민한다면 우리의 인식도 머지않아 변화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시티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은 더 나은 기술의 발전이 아닌, 우리의 굳은 의지와 계획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 스마트시티는 ‘다 함께 누리는 디지털 포용 세상’이 구현되는 장이 되길 바란다.
성기광 주식회사 닷(Dot) 대표
☞ 출처: 동아일보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