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도시라면 무엇부터 떠오르는가? 자율주행 버스가 달리고 드론 택시가 비행하는 도시. 혹은 인공지능이 자연재난을 예측해 대응하고, 물류는 지하 터널이 담당하는 교통정체가 없는 도시. 누군가는 힘든 노동은 로봇에게 맡기고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는 도시와 더 나아가 해저나 우주에 건설된 도시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처럼 도시의 미래에는 시민들 각각의 바람이 담기게 된다. 시민들이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이 다양할수록 실제로 만들어갈 수 있는 도시의 폭도 넓어지게 마련이다. 포항의 미래도시 연구를 주도하는 포스텍 미래도시연구센터가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지 4년을 맞았다. 그동안 포항은 얼마나 미래도시와 가까워졌을까? 새로운 기술을 도시에 적용해 시민의 삶을 쾌적하고 효율적으로 바꾸고자 연구하는 미래도시연구센터의 곽지영 부센터장을 만났다.
‘스마트시티’, 연결성·지능화 특징 4차 산업혁명 한 형태… 다양한 최첨단 IT 기술 활용
‘스마트시티 챌린지사업’ 최우수 지자체 선정… 국비 100억 확보 올해부터 본사업 진행
대학·시민·기업 참여하는 사용자 검증단 구성… 서비스 실질적 효과 리빙 랩 방식 검증
“최고 수준 과학기술대학 포스텍을 품은 포항시민들 생활 속 과학기술 친근하게 누리길”
-한때 U-시티가 유행했고 요즘은 스마트시티가 흔히 쓰이는 듯하다. 미래 도시는 구체적으로 어떤 도시인가.
△미래도시는 현재보다 진화된 형태의 도시를 의미한다. U-시티, 스마트시티 모두 미래도시의 모습들이라 할 수 있다. ‘U-시티(ubiquitous city)’는 연구된 지 30~40년 이상 된 분야이다. IT 기술을 활용하여 도시를 자동화하는 시도로 요약된다. ‘스마트시티’는 연결성과 지능화를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한 형태이다. 3차 산업혁명이 U-시티처럼 자동화에 역점을 두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신경망처럼 연결된 센서들을 통해 수집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실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5G를 비롯한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 기술 등 다양한 최첨단 IT 기술이 융복합적으로 활용된다.
-그렇다면 미래도시연구센터의 미래도시는 스마트시티를 말하는 것인가.
△미래도시는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쓰레기 배출이 없는 지속가능한 도시나, 교통과 물류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도시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그런 도시를 해저나 화성에 건설하자는 제안도 나올 수 있다. 현재의 도시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을 가진 무엇이든 미래도시의 영역이다. 다만, 지금으로선 스마트시티가 좀 더 진화된 형태이고, 현재도 스마트시티의 개념과 방향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만큼, 가장 유력한 미래도시의 하나로 보고 있다. 미래도시연구센터(FOIC, Future City Open Innovation Center)라는 이름은 설립 당시 미래의 도시 기술 연구에 공과대학의 역할을 강조한 김도연 포스텍 전 총장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예측불허의 시간을 말한다. 미래도시연구센터가 연구하는 미래는 얼마나 먼 미래인가.
△내일도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분명 필요하지만 현재는 없는 것들을 실현하는 것이 미래 기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도시는 지금 우리가 간절하게 바라는 무언가가 실현되는 세상이라고 보면 된다.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이 미래도시연구센터의 주된 연구목적이다. 미래도시는 다음 세대뿐 아니라 현세대를 위한 것이다.
-도시는 굉장히 복합적인 공간이다. 미래도시를 만드는 우선순위는 뭔가.
△2019년, 포항시와 스마트시티 전략을 수립하면서 미래 포항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를 시민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당시 지진 이후의 경제적 여파가 컸던 시기라 그런지 1위는 ‘경제’였고 그 다음이 ‘안전’과 ‘삶의 질’ 순으로 나타났었다.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포항시를 위한 기본계획과 로드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세 가지가 우리에게도 미래도시의 우선순위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의 주요 성과라면.
△포항시, 포스코, 벤처기업들과 함께 수행 중인 국토부 주관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이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포항의 스마트시티 챌린지는 크게 안전, 삶의 질 측면의 도시문제 해결 관점과 지역소멸 우려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 경제 동력 발굴을 목적으로, 네 가지 솔루션(도로 노면 감지, 갓길/보행로 위험요인 감지,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 CCTV 영상 검색 시스템)에 대한 실증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평가 결과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되어 국비 100억을 확보해 올해부터 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사고 예측 시스템과 시민체감형 교통이 좋은 평가를 받은 걸로 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가.
△‘도로 노면 감지 시스템’과 ‘갓길/보행로 위험요인 감지 시스템’은 인공지능으로 도로의 위험요인들을 미리 파악하는 기술이다. 포항은 대형화물차들의 잦은 통행으로 균열이 심각한 도로가 많다. 또 구도심의 도로가 좁은 구간에는 불법 주정차나 적치물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공용차량이나 택시 등에 비전이나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각종 센싱 장치를 장착하여 실시간으로 노면과 도로변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비가 필요한 도로를 행정 부서에 알려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서비스이다. ‘CCTV 영상 검색 시스템’은 범죄나 불법행위, 실종사건 등의 이유로 CCTV 저장 영상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 인공지능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영상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아가 범죄나 불법 징후를 자동으로 감지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수요응답형 교통(DRT, Demand Responsive Transport)’은 승객의 요청을 받아 운행 구간이나 운행간격, 빈도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신개념의 대중교통 수단이다.
-올해부터 진행하는 본사업은 예비사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
△교통 분야를 비롯해 시민들의 안전 전반을 위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기술적으로는 현실을 가상에 옮겨놓고 시뮬레이션해보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광역 데이터 허브 등으로 범위가 확대된다. 본사업인 만큼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대학과 시민, 기업이 참여하는 사용자 검증단을 구성해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를 체감하는지를 리빙 랩(Living Lab) 방식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곽지영 부센터장은 스마트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 그 중에서도 리빙 랩의 역할을 강조했다. 리빙 랩은 우리가 사는 곳이 바로 실험실이라는 의미이다. 신기술을 들여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써보고 안 맞으면 바꿔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리빙 랩은 미래도시가 나아가야할 방향성과 맞닿는다. 시민의 필요를 우선하는 것이 도시를 더욱 공정하게 건설하는 길일 뿐 아니라 기술을 빠르고 정교하게, 무엇보다 값어치 있게 만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미래도시를 만드는데 시민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 공급자 주도 도시 모델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세계적으로도 리빙 랩 같은 시민 참여형 접근법이 도입되고 있다. 시민이 초기 개발 과정의 일원이 되어 직접 운영해보면서 잘 안 맞는 부분을 수정하고 완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려면 개발자와 사용자간의 소통이 중요한데, 중간 역할을 미래도시연구센터가 담당한다. 작년엔 예비사업이었기 때문에 소규모의 시민참여단을 꾸렸지만, 본사업에서는 더 많은 시민과 학생의 참여가 필요하다.
-어떻게 참여하나.
△조만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모집 공고가 나갈 예정인데, 참여를 원한다면 언제든 미래도시연구센터로 문의해 주시기 바란다. 적극적인 참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외적, 내적 보상을 비롯해 다양한 동기부여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미래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또 다른 고민이 있다면.
△뭐니 뭐니 해도 ‘머니’라고 하듯, 자본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밑 빠진 독이 아닌 투자 대비 최대의 효용을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은 기업을 성장시키는데 투자하는 것이다. 스마트시티를 위한 지역자금을 벤처기업을 위한 투자금 개념으로 활용해 그걸 발판으로 기업이 실증과 사업화에 성공하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한다면, 지역은 당초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환원 구조가 가능하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대학으로 오셨다. 업무의 성격 차가 크지 않나.
△포스텍으로 오기 전 삼성전자에서 13년간 근무했다. 총괄연구소에서 제품 간 연결성을 통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제공을 모색했다. 삼성에서도 비슷한 분야에 있었기 때문에 한 번도 일의 성격이 변한 적은 없다. 기업에서 자사 제품 간의 연결성과 지능화를 모색했다면 대학에 오면서 공익적 성격인 도시로 영역이 넓어진 것뿐이다.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동일하고 풀어야 할 문제가 달라지는 정도이다. 포스텍의 스마트 캠퍼스 구축도 함께 담당하고 있는데, 캠퍼스에서 문제가 해결되면 도시에도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 우리 도시의 변화가 기대된다. 교수님께서 구상하는 가장 포항다운 미래도시의 모습은 무엇인가.
△스마트시티는 편리하고 안전하고 사람들한테 좋으라고 만든 기술인만큼 시민들 가까이로 들어와 그 생활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대학인 포스텍을 품은 포항 시민들도 과학기술을 생활 속에서 친근하게 누렸으면 좋겠고, 미래도시연구센터의 사업들이 그 계기가 되길 바란다. 스마트시티가 따로 잘 차려진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사는 동네에 구현되고, 타지 사람들이 구경 와서 감탄할 때, 동네 어르신이 쉬운 걸로 웬 호들갑이냐며 원리를 설명해 주시는 그런 도시가 되면 좋겠다. 먼 훗날 포항을 일컬어 ‘우리 손으로 다함께 만든 스마트시티’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 도시공학자로서의 꿈이다.
☞ 출처: 경북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