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홍찬영, 김묵한, 김수진
서울시 유망 신산업 5대 분야(인공지능, 로봇 등), 기술·정책적 현황 분석
서울시는 전체 산업 총산출액의 85%를 서비스업이 차지할 만큼 서비스 업종이 주력인 도시이다. 특히 서비스업 중에서도 지식기반서비스 업종의 총산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산업환경을 고려할 때, 서울시의 미래 신산업 지원정책은 최근 유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신기술에 기반을 두되, 서비스업과의 관련성이 높은 분야에서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지역적 특화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경제적 파급력이 강하며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5개 분야(인공지능, 바이오·헬스, 핀테크, 스마트모빌리티, 로봇)를 선정하여 서울시의 지원정책 수립방향을 모색하였다.
5개 분야별로 산업 현황을 파악해 본 결과, 먼저 인공지능은 민간 부문의 주도하에 사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급 기술 업무를 담당할 인력의 확보가 가장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여러 산업에 응용됨에 따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IT인력의 부족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바이오·헬스 분야는 기술의 수명주기가 길어 기술개발 전 단계에 걸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반면, 제품의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여 기업, 병원, 연구소 등 다양한 유관 주체의 협력이 주요 관건이다. 핀테크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금융서비스들이 출현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법·제도적 기준 충족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금융과 IT기술이 융합된 분야인 만큼, 금융 관련 법률, 보안 관련 기술 등 전문적인 컨설팅이 필요한 상황이다. 스마트모빌리티는 상용화에 앞서 제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실증시험이 우선 필요하다. 새롭게 개발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도로 등 기존의 교통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므로 교통인프라의 구축과 관리를 담당하는 공공부문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로봇은 아직 기술적 요구사항이 높고 중소기업 위주로 업계가 구성되어 있어 사업화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지만, 서비스 로봇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므로 개발된 제품을 실증하는 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인프라·인력·투자지원 등에서 서울시 강점 활용한 신산업 육성전략 세워야
5대 분야별로 기존의 정책을 분석하기 위해 크게 기술개발, 인프라구축, 인력양성, 투자지원 및 기업육성, 기타정책으로 구분하여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과거 정책동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중앙정부는 5대 신산업의 모든 정책영역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인공지능, 바이오·헬스, 핀테크 분야에 한해 인프라구축 위주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비록 신산업 분야 모두 기술개발이 가장 필수적인 발전 요건이지만, 지자체가 주력할 정책영역은 상용화 단계에 있는 지역 소재 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시는 인프라구축, 인력양성, 투자지원 및 기업육성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분야별로 보면 인공지능, 바이오·헬스, 핀테크 분야는 기업 수요를 중심으로 기존의 정책적 지원을 일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모빌리티와 로봇 분야는 서울시가 새롭게 지원해야 할 영역이므로 서울시의 강점을 활용한 새로운 전략 설정이 필요하다.
인프라구축 부문에서 서울시의 기존 지원은 주로 지원센터나 창업기업을 위한 공간제공 사업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신산업에서는 물리적 공간 이외에도 장비 및 데이터의 구축도 필요하므로 이를 위한 더 적극적인 공공부문의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인력양성 부문에서 서울시는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기업 임직원 이외에도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자 등 잠재 노동인구가 많아 이들에게도 교육의 수혜가 가능하게 해야 현재의 부족한 인력수급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기업육성과 지원 부문에서 서울시의 기존 정책은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공급자 중심의 지원을 추진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다양한 산·학·연 주체가 모여있고, 수요기업 및 최종 소비자도 많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사항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기업지원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신사업 실증기회 제공, 융합형 신규서비스 유도 포함한 4가지 추진전략 도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5대 분야별 민간기업 협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분야별 산·학·연 전문가 그룹의 인터뷰 내용도 고려하여 서울시에 우선 요구되는 신산업 육성방안을 제안하였다. 제안된 추진전략은 ① 맞춤형 인력수급, ② 창업 네트워크 활성화, ③ 신사업 실증기회 제공, ④ 융합형 신규서비스 유도의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맞춤형 인력 수급’은 5대 분야 민간기업 측에서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교육 참여생이 현장의 실무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학슴을 유도하는 산업 연계형 교육 프로그램의 호응이 좋음을 고려해 서울시도 유사한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IT 분야의 고급인력이 서울지역에 상주할 수 있도록 우수인력 유치 목적의 장학 및 거주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제안한다.
두 번째 ‘창업 네트워크 활성화’는 신규 기업이 창업하기에 좋은 생태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철저한 임상데이터가 요구되는 바이오·헬스 분야는 연구결과의 임상검증과 사업화 과정에서 산·학·연·병 주체 간 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핀테크와 같이 새로운 영역 간 융합이 이루어지는 환경에서는 법률서비스나 투자지원 서비스, 보안 등 특정 기술에 대한 컨설팅 등 전문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세 번째 ‘신사업 실증기회 제공’은 수요자가 많은 서울시의 강점을 활용하면서도 신기술 사업화의 관건이 되는 부분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스마트모빌리티나 로봇과 같이 새로운 제품의 출시가 필요한 산업들은 실제 운용환경에서의 트랙 레코드 확보가 꼭 필요한데, 서울시에서 법·제도적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실증공간을 마련해준다면 기업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 한편, 공공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에는 단순한 정보공개 수준에만 그쳤다면, 앞으로는 공공부문에서 능동적으로 신규서비스를 제안하고 이를 민간기업과 함께 해결하는 등 개방형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 번째 ‘융합형 신규서비스 유도’는 새로운 수요를 발굴해 사업화를 확산 및 다변화하기 위한 것이다. 교육, 안전, 보건 등 공공부문에서 신사업을 활용할 수 있는 신규수요를 창출하고, 개발된 제품을 공공조달로 연계한다면 수요 측면의 불확실성과 사업화 실패 위험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제조업이나 컨텐츠업 등 서울시의 기존 주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안한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신기술이 기존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신규서비스 창출로 이어져 신산업 육성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세부 실행과제 수립하고 중앙정부 정책·사업의 지역적 파급효과 극대화 필요
제안된 추진전략 중 일부는 아직 서울시의 시책 사업이 없거나 미미한 상황으로, 실행을 위해서는 신규사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교통, 제도 등 유관 부서와 협업하여 실행과제 수립이 후속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언급된 5대 신산업은 모두 중앙정부의 연구개발 추진전략과도 관련성이 높다. 결국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 향상이 성공적인 산업화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이므로, 중앙정부의 추진정책을 면밀히 살펴 실증사업을 지역으로 유치하는 등 서울시로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